장기간 지속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조치가 사망자 통계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범죄 사망자는 감소했지만, ‘코로나 블루’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한 국민이 소폭 증가한 것이다. 감염병 분야에서도 의료인력이 코로나19 방역에 집중된 탓에 결핵 사망자가 늘어 사망 규모가 2.5배 가까이 증가했다.
15일 행정안전부의 ‘2022년 전국 지역안전지수’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사망자 수는 2만6,991명으로 2020년(2만2,989명) 대비 17.4% 증가했다. 지역안전지수는 지방자치단체별 사망자 수 등을 토대로 교통사고와 화재, 범죄, 생활안전, 극단적 선택, 감염병 등 6개 분야 현황을 진단하는 지표다.
지표 악화의 주범은 코로나19였다. 환자가 폭증하면서 감염병 사망자가 147.7%(2,774→6,871명)나 뛰었다. 지난해 코로나19 사망자는 전년 950명에서 5,030명으로 430% 폭증했다. 여기에 의료인력이 코로나19 대처에 대거 투입된 부작용으로 같은 기간 결핵 사망자까지 덩달아 증가(5.5%)했다. 행안부는 코로나19 사망자를 제외하면 전체 사망자가 0.4%(78명) 줄어들 것으로 분석했다.
시민들의 정신건강도 나빠졌다. 지난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는 1.2%(1만3,195→1만3,352명) 늘었는데, 행안부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우울감을 느낀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으로 봤다. 실제 보건복지부 조사에서도 ‘우울위험군’은 2019년 3.2%에서 지난해 18.1%로, 극단적 선택을 고려한 적이 있는 ‘자살생각률’은 4.6%에서 12.4%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0ㆍ20ㆍ70대 비중이 높았다.
거리두기에 따른 사회활동 제한은 강력 범죄가 줄어드는 반(反)작용을 낳기도 했다. 지난해 살인 강도 강간 절도 폭력 등 5대 범죄 발생 건수는 전년 대비 10.4%(46만2,290→41만4,296건) 감소했다. 화재 사망자는 ‘산업현장 사고 예방을 위한 관계부처 10대 과제’ 시행에 25.1%, 교통사고는 폐쇄회로(CC)TV를 30.5% 증설한 덕에 4.7%(2,858→2,725명) 각각 적어졌다.
점차 나아지고 있다고는 하나 세계 주요국에 비해 우리나라의 10만 명당 안전사고 사망자수는 여전히 평균치를 밑돈다. 행안부는 38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신 통계를 갖춘 25개국과 비교했을 때 지난해 한국이 16위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극단적 선택으로 인한 사망자(25.9명)가 OECD 평균(11.9명)과 격차가 가장 컸다.
행안부는 전년 대비 등급 개선도가 높은 지역은 3%, 개선이 필요한 지역은 2%의 소방안전교부세를 지원할 방침이다. 국립재난안전연구원 및 시ㆍ도연구원들과 협업해 지자체의 안전진단을 지원할 수 있는 제도적 근거도 마련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