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이슬람사원 앞 50㎏ 통돼지 바비큐파티 연 주민들

입력
2022.12.15 17:10
15일 '무슬림 유학생의 주민 폭행사건 규탄' 기자회견
골목 주택가 돼지머리 3개 족발, 돼지꼬리 내걸려 
대학생 2명 주민 규탄 대자보 붙였다 30분 아수라장

경북대 서문 인근 이슬람사원 건축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사원 인근에서 무슬림이 금기시하는 통돼지 바비큐파티를 열면서 갈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주민과 무슬림이 극한 대치로 치닫고 있는데도 첫단추를 잘못 꿴 관계당국은 해법 마련에 팔짱만 끼고 있다.

15일 오전 11시 경북대 서문 앞 공터에서는 이슬람사원 건립반대 비상대책위원회와 주민 40여 명이 '무슬림 유학생의 대현동 주민 폭행사건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무서워서 못살겠다', '이슬람사원 결사반대' 등이 적힌 피켓 등을 들고 무슬림 유학생을 규탄했다. 이들은 파키스탄 국적의 무슬림 A(30)씨가 지난달 29일 대현동 주민의 팔을 손으로 밀친 혐의(폭행)로 약식기소됐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 30분 전부터 경북대 서문서 100여m 떨어진 이슬람사원 건립 현장 앞에는 '와 보라! 어느 양심이 이런 곳에 종교시설을 짓겠느냐'라는 현수막 너머로 1톤 트럭이 가로 150㎝ 세로 60㎝ 높이 60㎝인 바비큐 장비와 그릴을 실어 날랐다.

이들은 집회가 시작되자 바비큐 장비를 가동했고, 낮 12시쯤 주민들이 사원 근처로 오자 익은 통돼지 50㎏을 칼로 썰어 배식했다. 주민들은 돼지와 마늘, 상추 등을 접시에 담아 현장 인근의 비대위 사무실과 천막 등지에 흩어져 먹었다.

마침 남성 무슬림 3명이 돼지고기 취식 현장을 지나갔지만 아무 말 없이 기도처로 사용 중인 사원 옆 가정집으로 들어갔다. 이 골목 주택가에는 돼지머리 3개와 족발, 돼지꼬리도 내걸려 있었다.

서재원 비대위원장은 "무슬림 말대로 종교의 자유가 있으니 우리도 자유롭게 바비큐파티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집회가 진행 중이던 오전 11시 25분쯤 대학생 2명이 주민들을 규탄하는 대자보를 붙이면서 30여 분간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대학생들은 경북대 서문 돌기둥에 '종교의 자유를 유린하고 조롱하는 대현동 연말큰잔치를 규탄합니다'는 제목의 대자보를 통해 '모든 사람은 사상, 양심 및 종교에 대한 권리를 가진다'고 주장했다.

대자보를 뜯어내던 한 50대 주민은 학생들에게 "어떻게 주민들의 인권은 없고 무슬림 인권만 중요하게 생각할 수 있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60대 주민도 "자유에는 책임이 따르는데 무슨 책임을 질 수 있냐"라고 격하게 반발했다.

이날 행사에 대해 무아즈 라작(26) 경북대 무슬림커뮤니티 미디어 대표는 "바비큐파티를 막을 방법은 없고, 학생들도 개인적인 의견을 피력했을 뿐 무슬림과 관계없다"며 "폭행 사건도 증거는 당사자의 말과 목격자 뿐이어서 벌금통지서가 오면 법원에 가서 진위를 따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애 비대위 부위원장은 "주민들이 무슬림에게 요구하는 것은 싸우자는 것도 아니고 다른 장소로 이전하라는 것"이라며 "집 바로 앞에 종교시설을 짓는 것은 도저히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류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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