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연 시위에 무정차 통과 대신 열차 출입문 막은 서울교통공사

입력
2022.12.15 12:00
4호선 삼각지역서 시위대와 서울교통공사·경찰 대치

15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장애인 권리 예산 확보를 위한 지하철 시위를 이어간 가운데 지하철 4호선은 삼각지역에서 무정차 통과 대신 열차 출입문을 막아서는 조치를 취했다. 전장연 측은 이날 오전 8시와 오후 2시 지하철 시위를 벌인다고 예고했다. 공사 측은 전날 열차 1대를 무정차 통과시킨 바 있다.

서울교통공사와 경찰 측은 이날 오전 9시 2분께 4호선 삼각지역에서 전장연의 지하철 시위를 저지하고자 진접 방면 상행선 열차의 출입문을 막아섰다. 전장연은 해당 열차의 1호 칸과 2호 칸에 탑승할 계획이었다. 공사 측은 당초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열차 운행 지연이 발생할 수 있다며 "무정차 통과할 수 있다"고 예고했다.

그러나 공사 측은 무정차 통과 대신 장애인 시위대가 열차 안으로 진입하지 못하도록 막는 특단의 조치를 했다. 그러자 시위대 측에서는 "못 들어가게 할 거냐?" "이래도 되는 거냐?" 등으로 항의했다. 열차 안에 탑승하고 있던 일부 시민도 "(시위대를) 왜 못 타게 하냐?" "막아서도 되는 거나?' 등의 반응을 보였다. 반대로 다른 시민은 "좀 내립시다"라며 불편한 기색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전장연은 전날처럼 사다리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공사 측 한 직원은 출입문이 열리자 "내리실 분은 이쪽으로 오셔서 내리시라"며 시위대가 없는 쪽으로 시민들의 하차를 유도했다.

이런 대치 상황으로 지하철 운행은 삼각지역에서 3분가량 지연됐다. 열차가 출발하지 않자 공사 측 직원들과 경찰은 "빨리 출발하라"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사당역에서 서울역까지 해당 열차를 이용한 한 시민은 "모든 역마다 2~3분가량 멈춰 서는 바람에 도착 시간이 20분 정도 지연됐다"고 말했다.

전장연은 SNS에 무정차와 관련해 "무정차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갈라치는 혐오정치 수단에 불과하다"라고 호소했다. 이에 대한 전장연 SNS 댓글에는 "무정차해도 평소보다 30분 지각했다. 일반인이 지하철 운행 지연시키면 바로 끌려갈 텐데" "시민 호응을 얻을 방법을 찾아야지, 왜 반대로 가는 방법을 선택했을까" "시민들 그만 괴롭혀라" 등 입장을 보였다.

반면 "입장을 바꿔서 얼마나 많은 차별을 받았으면 저렇게 할지 생각해 보시길" "여러분들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제발 출근 시간만 피해달라" "응원한다" 등 반대 반응도 나왔다.

강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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