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당파(Bipartisan) 협력’.
한국 정치에선 꿈 같은 얘기지만 미국에선 자주 접하는 상식이다.
미국 중간선거는 2년마다 의회 권력을 두고 민주당과 공화당이 치열하게 맞붙는 전장이다. 그런데 지난달 8일 선거가 끝나고 3주 만에 조 바이든 대통령과 양당 지도부가 백악관에서 마주 앉아 있는 장면이 공개됐다. 30년 만의 철도 파업을 막기 위한 법안 처리와 우크라이나 자금 지원 등을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정치 앙숙이라도 국가 현안 앞에서는 하나가 되는 성숙한 모습이었다.
미 의회에서는 교착 상태에 빠진 법안을 민주ㆍ공화 양당 의원이 초당파 모임을 만들어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11월 의회를 통과한 ‘사회기반시설(인프라)법’이 대표 사례다. 당이 다른데도 국가안보 관련 법안을 공동 발의하거나, 대만과 우크라이나 등 이슈가 되는 지역을 양당 의원들이 함께 방문하는 경우도 잦았다. 미국 정치가 최근 극한 대립으로 치닫는다는 지적도 많지만, 민주주의 타협 정치의 모범이 되는 것도 초당파 협력을 구현하려는 정치인들의 노력 덕분이다.
마냥 부럽기만 하던 선진형 정치를 한국 국회의원들에게서도 느끼는 경우가 최근 있었다. 한국 전기차 차별 논란을 불러온 인플레이션감축법(IRA) 개정 논의를 위해 지난 4~8일 워싱턴을 찾았던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윤관석 김한정 의원, 국민의힘 최형두 의원이 그들이다.
정부와 합동 대표단까지 꾸린 이들은 미국 상ㆍ하원의원 7명을 만나 IRA 개정 관련 협의를 이어갔다. 비록 “IRA 연내 개정은 어렵다”는 이미 알려졌던 사실을 재확인하는 방미에 그쳤지만 외양간의 소를 다시는 잃지 않겠다는 결기를 워싱턴에 남긴 것 자체가 큰 성과다. ‘IRA보다 더 큰 파도로 닥쳐올 미국의 자국 중심주의 무역 기조를 경계하면서 한국 통상전략 재점검의 계기를 마련하자’는 교훈도 챙기고 돌아갔다.
바다 건너에선 2023년 정부 예산안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두고 한국의 여야가 맞붙었다. 싸울 때는 싸우더라도 외교와 경제통상 같은 국익 수호 전선에선 초당파로 다시 뭉칠 수 있는 게 정치 선진화의 길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