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에 위협” 죽변 공군 활주로, 기성 비행장으로 이전한다

입력
2022.12.14 17:20
주민대표·7개 기관, 권익위 조정서에 서명 
“죽변 공군 비상활주로 폐쇄 후 이전” 합의
신한울원전 3·4호기 건설 청신호
울진비행장 인근 주민 설득 관건

경북 울진군 죽변면 지역 주민들의 숙원이자 신한울 원전 3·4호기 건설의 걸림돌이 된 죽변면 공군 비상활주로가 기성면 비행훈련원 활주로를 확장해 이전한다. 신한울 원전 3·4호기 건설도 활기를 띨 것으로 기대된다.

울진군과 국민권익위원회 등에 따르면 14일 오후 오후 3시 죽변면사무소 대회의실에서 신한울 원전 3·4호기 인근 비상활주로 폐쇄 및 이전을 요구하는 죽변면 지역 집단민원과 관련한 조정회의가 권익위 주관으로 열렸다. 이날 회의에는 국방부, 울진군, 한국수력원자력, 국토교통부,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 등 7개 관련 기관이 참석해 주민대표 등과 조정서에 서명했다.

조정에 따라 국방부 등은 기존 죽변 비상활주로를 폐쇄하고, 대신 남쪽의 기성면 비행훈련원 활주로를 확장해 유사시 비상활주로로 사용키로 했다. 이에 따른 비용은 한수원이 부담하기로 했다.

공군은 또 평시에는 탄약고에 실탄을 보관하지 않기로 했다. 다른 관련 기관도 기존 시설 폐쇄와 대체시설 조성에 적극 협력키로 했다.

김태규 권익위 부위원장은 “죽변 비상활주로 폐쇄가 결정돼 주민 안전은 물론 안전한 원전 운영과 건설, 국가안보를 위한 군사작전 수행도 보장하게 됐다”며 “대형 산불로 지역 경제가 어려운 울진 지역에 비행안전구역 해제로 활주로 주변이 개발돼 지역경제가 살아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죽변면 비상활주로 이전 문제는 지난 2015년 지역 주민들이 권익위에 집단민원을 제기하면서 불거졌다. 2016년 12월, 7개기관과 주민들이 대표들이 권익위 주관으로 열린 조정회의에서 서명까지 했다. 이듬해 2월, ‘죽변비상활주로 폐쇄 및 이전 실무협의체’까지 구성했지만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정책으로 흐지부지됐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신한울 3·4호기 건설이 재개되자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죽변면 지역 주민 7,606명은 지난 4월 권익위에 ‘비상활주로가 지역발전에 걸림돌이 되니 폐쇄해 달라’는 내용의 집단민원을 재차 접수했다.

45년간 죽변 발전의 걸림돌로 여겨진 비상활주로 이전이 고비를 넘겼지만, 최종 이전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이전 예정지인 울진비행장 인근 기성면 주민들이 최근 활주로 이전에 반대하는 투쟁위원회를 결성하고 서명운동에 돌입하는 등 집단행동에 나섰다. 기성면 주민 10여명이 이날 죽변면사무소를 찾아 항의하면서 한때 회의가 차질을 빚기도 했다.

기성면 반대 투쟁위원회 관계자는 "군 비상활주로 이전 논의에 앞서 비행 소음이 심한 울진비행장 내 비행훈련원을 먼저 폐쇄해야 한다"며 "비행훈련원 시설을 중단하지 않는다면 온 힘을 다해 비상활주로 이전을 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죽변 공군 비상활주로는 전시 비상대응을 위한 군사시설로, 지난 1978년 울진군 죽변면 봉평·후정리 일대 7만8,330㎡에 길이 2,800m, 폭 47.5m로 건설됐다. 면적은 주기장 2만6,998㎡를 합치면 총 10만5,328㎡로 축구장(국제공인 기준 면적 7,140㎡) 15개 넓이와 맞먹는다. 현재 공군 제18전투비행단이 관리하고 있다.

비상활주로가 이전할 울진비행장은 국토부가 2003년 울진공항으로 건설해 완공했으나, 취항을 희망한 국내·외 항공사가 단 한 곳도 없어 개항과 동시에 문을 닫았다. 대신 국토부가 한국항공대학교, 한국항공직업전문학교와 위·수탁계약을 체결하고, 조종사 양성을 위한 비행훈련원으로 운영 중이다. 활주로 길이는 1.8㎞로, 하루 200~300여 차례 훈련 비행기가 이·착륙하고 있다.

울진= 김정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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