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메달도 따내면 좋아"…모드리치의 '라스트 댄스'는 끝나지 않았다

입력
2022.12.14 14:54
22면

마지막까지 웃진 못했지만 초라하진 않았다. 4년 전 크로아티아의 준우승 돌풍을 이끌며 골든볼(월드컵 MVP)까지 거머쥔 루카 모드리치(37)의 ‘라스트 댄스’는 3ㆍ4위전으로 결정됐다.

크로아티아는 14일(한국시간) 카타르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준결승전에서 아르헨티나에 0-3으로 완패하며 결승에 오르지 못한 채 3ㆍ4위 결정전으로 밀려났다. 지난 대회 준우승팀인 크로아티아는 '2연속 결승 진출'에는 실패했다.

앞선 8강전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 브라질을 꺾고 4강에 진출한 크로아티아로선 아쉬운 결과였다. 일본과의 16강전과 8강전까지 모두 연장전에 승부차기까지 치르며 체력이 고갈되는 바람에 기량을 제대로 보이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결과는 패했지만 ‘중원 사령관’ 모드리치는 이날도 날카로운 패스를 날리며 고군분투했다. 카타르 월드컵 공식 집계에 따르면, 모드리치는 이날 양팀 통틀어 가장 자주 상대 수비라인을 돌파(35차례 중 31차례 성공)했고, 가장 많은 패스를 성공(90차례)했다. 하지만 이 공을 유효 슈팅으로 연결할 공격수가 보이지 않았다. 크로아티아의 유효슈팅은 단 3개에 그쳤다. ‘크로아티아는 탄탄한 중원에 비해 골을 넣을 공격진이 빈약하다’는 전문가들의 경기 전 예측이 정확히 들어맞았다.

모드리치는 특히 이번 대회 크로아티아가 치른 6경기에 모두 선발로 나섰는데, 37세 이상 베테랑이 단일 월드컵 6경기에서 선발 출전한 건 니우통 산투스(브라질ㆍ1962년 당시 37세), 디노 조프(이탈리아ㆍ1982년 당시 40세), 피터 쉴턴(잉글랜드ㆍ1990년 당시 41세), 그리고 모드리치까지 단 4명뿐이다.

모드리치는 0-3으로 패색이 짙어진 후반 35분엔 교체 아웃돼 벤치에 앉은 채 고개를 숙였고 경기가 끝나자 아쉬움에 눈가가 촉촉해지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낙심한 동료들을 격려하는 한편, 리오넬 메시 등 아르헨티나 선수들에겐 축하 인사를 건네는 품격도 보였다. 모드리치는 “우리는 아주 좋은 월드컵을 치렀다. 3ㆍ4위전에는 동메달이 걸린 만큼 그 역시 따내면 좋은 결과다”라며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강주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