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신' 메시, 한 맺힌 월드컵 우승까지 단 한 걸음

입력
2022.12.14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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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이룬 ‘축구의 신’이 유일하게 이루지 못한 월드컵 우승. 간절하다 못해 한 맺힌 그 우승까지 이제 단 한걸음 남았다. 리오넬 메시(파리 생제르맹)가 기어이 아르헨티나를 월드컵 결승 무대에 올려놓으며 진정한 ‘축구의 신’ 대관식만을 남겨 놓게 됐다.

메시의 아르헨티나는 14일(한국시간) 카타르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크로아티아와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준결승전에서 3-0으로 완승, 결승에 선착했다.

이 경기의 주인공은 단연 메시였다. 하이라이트는 2-0으로 앞선 후반 24분 나왔다. 오른쪽 측면에서 공을 잡은 메시가 그대로 상대 문전까지 내달렸고, 크로아티아의 철벽 수비를 자랑하던 요슈코 그바르디올(라이프치히)까지 완벽하게 허물며 페널티 박스 안으로 공을 연결했다. 기다리고 있던 훌리안 알바레스(맨체스터 시티)가 그대로 골문으로 밀어 넣으며 크로아티아의 심장에 비수를 꽂았다. 메시는 전반 페널티킥 결승골까지 더해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결승 진출에 앞장섰다.

메시는 국제축구연맹(FIFA) 선정 공식 ‘경기 최우수 선수’(Player of the matchㆍPOTM)에 선정됐다. 이번 대회 4번째이자 개인 통산 10번째다. 메시는 이번 대회 토너먼트 3경기에서 모두 ‘POTM’으로 뽑혔다. 그야말로 메시가 아르헨티나를 결승 무대까지 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로써 통산 5번째 월드컵 무대에 나선 메시는 2014 브라질 대회 이후 두 번째 결승에 올라 개인 첫 우승에 다시 도전한다. 아르헨티나로선 1978년 자국 대회와 1986년 멕시코 대회에 이어 통산 3번째 정상에 오를 기회를 잡았다.

메시는 세계 최고 축구선수에게 주는 발롱도르를 7차례나 받고 소속팀에선 수도 없이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선수로서 누릴 수 있는 온갖 영광을 맛봤지만 월드컵에서만은 작아졌다. 8년 전 브라질 대회의 준우승이 메시가 월드컵에서 거둔 최고 성적이었다. 이 외엔 결승에조차 오르지 못했다.

메시는 펠레, 디에고 마라도나와 함께 ‘역대 최고의 선수’로 평가받으면서도, 두 전설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에는 월드컵 우승 경력이 없는 점이 늘 약점으로 지적됐다. 그래서 이번 대회는 30대 중반에 접어든 메시에게 더 간절하다. "위대한 꿈을 이룰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 것"이라는 말과 함께 나선 이번 대회에서 그는 절정의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경기 후 메시를 향한 찬사가 쏟아졌다. 잉글랜드의 전설 앨런 시어러는 “아르헨티나가 결승에 오른 것은 메시 덕분”이라면서 “메시는 예전처럼 많이 뛰지도, 빠르지도 않지만 여전히 마법을 부린다. 다른 최고의 선수들을 '평균'으로 보이게 만들 지경이다"라고 극찬했다.

'적장' 즐라트코 달리치 크로아티아 감독도 "오늘 메시는 엄청난 폭발력과 기술을 매우 높은 수준으로 보여줬다. 우리가 모두 기대한 ‘진정한 메시’의 모습을 보여줬다"고 경의를 표했다.

메시는 “이번 대회가 내 최고의 월드컵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즐겼다. 해낼 거라는 확신이 있었고, 사람들에게 우리를 믿어달라고 했다”며 “사우디전 이후 매 경기가 결승전과 다름없었기에 어려웠지만, 모두 이겼다. 다음 한 번도 이기기를 바란다”고 전의를 불태웠다.

김기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