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년간 기술주 강세장을 견인했던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주가가 날개 없는 추락을 하고 있다. 주당 200달러 선이 깨진 지 약 한 달 만에 160달러 선까지 주저앉으면서 시가총액은 장중 한때 5,000억 달러(649조 원) 아래로 무너져 내렸다. 트위터 인수 이후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의 모든 행보가 주가에 악재로 작용한 탓이다. 월가와 테슬라 주주들 사이에선 ‘머스크 리스크(위험)’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에서 테슬라는 장중 한때 전장 대비 6.5% 하락한 156.91달러를 기록했고, 시장가치도 2020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5,000억 달러를 밑돌았다. 테슬라는 2년 전 S&P500 지수 편입을 앞두고 주가가 급등하면서 시총 5,000억 달러 문턱을 넘었지만 올해 들어 50% 넘게 빠지며 반 토막 났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9월 말 이후 S&P500 지수가 12% 상승한 것과 달리 테슬라는 같은 기간 40% 하락했다. 게다가 이날 미국 증시 전체가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둔화에 힘입어 장중 강한 반등세를 보였지만, 테슬라는 각종 악재로 약세를 면치 못했다. 테슬라는 이날 4.09% 추락한 160.95달러에 턱걸이하며 장을 마감했다.
외신들은 주가 하락 ‘원흉’으로 머스크를 지목한다. 그가 트위터 인수 문제 때문에 테슬라 경영을 소홀히 한다는 우려가 점점 커지면서 주가를 짓누르고 있다는 것이다. 미 CNBC방송은 “머스크가 트위터 인수 계약을 완료한 10월 27일 이후 테슬라 주가는 28% 하락했지만, 같은 시기 포드와 제너럴모터스(GM), 폭스바겐은 소폭 상승했다”며 “그가 트위터 인수 뒤 정기적으로 선동적인 트윗을 올리는 점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머스크는 트위터의 새 소유주가 된 뒤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정치 지형이 좌편향됐다면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계정을 복원했고, 지난달 중간선거 하루 전날에는 공화당에 투표하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테슬라 주가가 추가 하락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야후 파이낸스에 따르면 테슬라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32배로, 역대 평균 PER와 비교하면 70% 할인된 수준까지 내려왔다. 블룸버그통신은 “테슬라 주식이 이렇게 싼 적이 없었지만, 주가는 여전히 더 내려갈 수 있다”며 중국 시장의 전기차 수요가 기대에 못 미치고 트위터와 관련한 머스크 리스크가 새해에도 테슬라에 악재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머스크를 비난하는 목소리는 연일 커지고 있다. 댄 아이브스 웨드부시증권 애널리스트는 “머스크가 트윗을 할 때마다 테슬라에 대한 돌출적인 위협 요소가 나타나고 있다”며 “월가 관점에서 머스크는 테슬라 주식의 슈퍼히어로에서 악당으로 변했다”고 꼬집었다. 테슬라 주주이자 니아임팩트캐피털 설립자인 크리스틴 헐은 트위터에서 “테슬라 이사회가 CEO(머스크)를 통제 못할 때 회사 브랜드와 관련한 많은 문제가 생긴다”고 질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