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 완화 차원에서 '집부자' 등에게 더 많은 세금을 걷는 재산세,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등 보유세가 오히려 소득 재분배 기능을 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됐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일상을 회복하는 속도는 저소득층일수록 느렸다. 한국의 경제 규모는 세계 10위권에 올랐지만 행복지수는 59위에 그쳤다.
통계청이 13일 발표한 '한국의 사회동향 2022'는 건강, 노동, 소득, 자산, 주거 등 12개 영역을 분석한 보고서다. 대학 교수진이 국가승인통계를 활용해 작성한 영역별 논문을 토대로 하고 있다.
소득, 자산, 주거 등 경제 영역에서 저소득층과 고소득층 간 빈부 격차는 컸고 이를 바로잡을 제도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우선 2013~2020년 8년간 재산세의 소득 재분배 효과는 '마이너스'였다. 재산세가 불평등을 완화하기는커녕 심화시켰다는 뜻이다.
예컨대 소득 상위 10%는 총액만 보면 재산세를 많이 냈지만, 워낙 잘 벌어 소득 대비 세금 비중은 작았다. 거꾸로 하위 10%는 소득에서 재산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고소득층보다 컸다.
다른 보유세인 종부세 역시 소득 재분배 역할을 하지 못했다. 종부세 대상 중 고가 주택 한 채를 갖고 있으면서 소득 수준이 낮아 세금을 내기 어려운 은퇴자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전·월세 등 무주택 임차가구의 순자산 중위값(일렬로 세웠을 때 정가운데)은 2018년 3,390만 원에서 2020년 4,000만 원으로 610만 원 증가했다. 반면 다주택자 가구의 순자산은 같은 기간 5억3,000만 원에서 7억6,000만 원으로 뛰었다. 집부자만 부동산 급등으로 자산을 불린 셈이다. 이에 따라 무주택 임차가구 대비 다주택자의 순자산은 15.6배에서 19.0배로 벌어졌다.
이번 사회 동향은 코로나19 기간 한국사회가 어떻게 변화했는지도 담았다. 코로나19로 위축된 일상이 얼마나 되돌아왔는지 보여주는 회복 점수는 지난해 2월까지 50점에 못 미쳤으나 올해 6월 61.4점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이전에 누렸던 일상을 60% 정도 회복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월평균 가구소득 200만 원 이하인 저소득층이 느끼는 일상 회복 속도는 더뎠다. 당장 올해 6월 저소득층의 일상 회복 점수는 48.4점으로 전체 평균에 뒤처졌다.
코로나19에 대한 두려움을 묻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54.3%가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아 두렵다"고 답했다. 단 해당 질문은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했던 3월에 진행된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는 취업준비생의 처지도 악화시켰다. 코로나19로 신규 채용이 줄면서 학점을 모두 이수하고도 졸업을 미룬 학생은 일반대 기준 2019년 1만3,241명에서 1만9,016명으로 늘었다. 2020년 인문사회계열 학생의 고용률은 전년 대비 6.1%포인트 떨어졌다. 다만 이공계열 고용률은 별 다른 타격을 받지 않았다.
아울러 유엔(UN)이 내놓는 '2022 세계 행복지수'를 보면 한국의 행복지수는 146개국 중 59위로 나타났다. 전년 대비 세 계단 오르긴 했지만 세계 10위권의 경제 규모에 비하면 행복지수는 크게 떨어졌다. 행복지수는 핀란드, 덴마크 등 북유럽 국가가 선두권이었다.
2020년 기준 소멸위험지역은 229개 시·군·구 중 102곳으로 조사됐다. 소멸위험지역은 20~39세 여성 인구가 65세 이상 인구의 절반을 밑돌아 노인만 남을 가능성이 높은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