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돼 사망자로 처리된 70대 남성이 검찰 도움으로 47년 만에 가족을 찾았다. 정신질환을 앓던 그는 자신의 생년월일과 형제들 이름, 졸업한 초등학교까지 기억하고 있었지만, 장기간 무연고자 신분으로 기도원과 사찰, 정신병원을 전전하며 살았다.
13일 대구지검에 따르면, 충북의 한 지자체 사회복지과 담당자는 “70대 남성의 정확한 신원을 밝혀달라”며 검찰에 도움을 요청했다. 대구지검에는 충북지역 검찰청에 없는 무적자의 호적 확인을 상시적으로 처리하는 ‘공익대표 전담팀(전담팀)’이 있었다. 70대 남성은 정신병원에 입원 중이었지만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하루빨리 요양병원으로 옮겨야 했다. 사회복지 담당자가 행정 전산망으로 여러 차례 지문을 조회해도 일치하는 인물이 없어, 환자 입원에 필요한 장기요양등급을 신청할 수 없었다.
70대 남성은 조현병을 앓고 있었고, 말도 횡설수설했다. 하지만 20대 이전의 일들은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생년월일과 형제들 이름, 다녔던 초등학교도 알고 있었다.
전담팀은 경찰청 실종 수사팀과 함께 남성이 언급하는 초등학교에 연락했고, 생활기록부가 존재하는 사실을 확인했다. 학교 담당자의 도움을 받아 동창생들의 연락처를 확보한 전담팀은 그가 살던 마을까지 파악했고, 학교가 있던 지역의 군청을 통해 마을 이장과 연락이 닿았다. 남성은 마을에 머물고 있던 그의 친척들과 통화하면서 마침내 가족을 찾았다.
전담팀에 따르면 70대 남성은 오래 전부터 정신질환을 앓았고, 1975년 4월 19일 27세에 집을 나간 뒤 돌아오지 않아 실종 신고됐다. 이후 생사조차 알 수 없게 되면서 1996년 법원에서 실종 선고된 뒤 사망 처리됐다. 47년 동안 가족들은 애타게 그를 찾았지만, 그는 무연고자로 전국의 정신병원과 기도원, 사찰을 떠돌아다녔다.
그의 여동생들은 DNA 검사를 받고 난 후, 오빠로 확인되자 얼싸안고 기뻐했다. 동생들은 “오빠가 조카 이름까지 기억하고 있었다”면서 “죽은 줄로만 알았던 오빠가 살아 있어 정말 다행”이라며 도움을 준 기관을 일일이 찾아 감사 인사를 전했다. 수십 년간 오빠를 돌봐준 정신병원에는 음료와 간식을 돌리기도 했다.
전담팀은 지난 12일 법원에 70대 남성의 실종선고 취소를 청구했다. 대구지검 관계자는 “실종선고가 취소되면 이 남성은 법률상 보장된 사회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며 “앞으로도 출생신고나 부재자, 친권 등 형사사법 외의 영역에서 검사의 공익대표 역할이 필요할 때마다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