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국산 전기차 차별 논란을 불러온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개정을 위해 막바지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미 백악관 측이 "장기 접근법을 찾겠다"며 선을 긋고 있고, 미 의회도 연말 임기를 끝내는 레임덕 세션을 맞고 있어 단시일 내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2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IRA는) 크고 복잡한 법률”이라며 “모든 일이 하루, 한 주, 한 달 만에 해결되지는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우리는 미국 노동자와 기업, 그리고 다른 동맹 및 한국의 경제적 이익과 요구를 가늠할 '장기적인' 접근법을 결국 찾게 되리라고 믿는다”라고 덧붙였다. 한국이 요구하는 IRA 개정과 관련해 '단기간에 결론을 내기 어렵다'는 것을 시사한 발언이다.
한국은 지난 8월 북미산 전기차에만 최대 7,500달러(약 1,000만 원)의 세액 공제 혜택을 부여하는 IRA 법안이 미 의회를 통과한 뒤부터 강하게 반발해 왔다.
윤석열 대통령과 박진 외교부 장관은 IRA가 발표되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등을 만나 한국 차에 대한 차별적 조항 수정을 요청했다. 여야 국회의원단도 지난 8월 미국에 방문해 한국의 우려를 전달하는 등 IRA 개정에 힘을 보탰다. 그 결과 전기차 세액공제 요건을 3년간 유예하는 내용의 IRA 개정안이 상·하원에 각각 발의되는 등 소기의 성과도 얻었다.
하지만 미 재무부가 연말까지 IRA 하위 시행규칙을 마련하기로 하는 등 IRA 시행 절차는 착착 진행되고 있다. 이에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 기업위원회 소속 윤관석 위원장과 김한정, 최형두 의원 등은 6일 합동 대표단을 꾸려 미국을 찾는 등, IRA 개정을 위해 막바지 총력을 기울였다. 이도훈 외교부 2차관도 한미 고위급 경제협의회(SED) 참석차 11일부터 방미 중이다.
이도훈 차관은 11일 취재진과 만나 “전체적으로는 IRA 시행계획 발표를 앞두고 미 행정부와 이야기를 진행할 것”이라며 “또 다른 쪽으로는 미 의회에 제출된 법 개정안과 관련해 의원들과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 차관은 이날 끝난 7차 SED 공동성명을 통해 “미국은 전기차 및 전기차 배터리 생산 등에 대한 한국의 대미 투자 증가가 양국 공동의 경제·국가안보와 청정에너지 목표에 기여한다고 인정했다”며 “양측은 IRA에 대한 한국의 우려와 의견을 다루기 위한 건설적인 논의를 지속해 나가기로 재확인했다”라고 밝혔다. 외교부는 이 차관이 재무부 하위 규정에 한국 입장이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미국에 협조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설리번 보좌관이 브리핑을 통해 '장기적인 접근법'을 밝힌 것처럼, 당장 IRA가 개정될 전망은 밝지 않다. 우선 미 의회가 연말 임기 만료를 앞둔 레임덕 세션이어서 IRA 연내 개정이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더욱이 내년 초 118대 의회가 출범한다 해도 민주·공화 양당의 의견 차이가 커 IRA 조기 개정이 힘들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호세 페르난데스 미 국무부 경제 담당 차관은 “한국의 우려를 처음부터 매우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모든 각도에서 들여다보고 있다”며 “계속 수시로 협의해 나가자”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