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정부의 세제개편안을 ‘초부자감세’로 규정하며 이에 맞서 ‘서민감세’ 수정안을 내놓았다. 중소기업 법인세와 저소득층 소득세를 더 줄이고 월세 공제 비율을 높여 더 많은 사람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꺼낸 감세 카드가 예산안 막판 협의과정에서 협상 카드가 될지 주목된다. 다만 예산안의 핵심 쟁점인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여부는 여야 모두 기존 입장을 고수하면서 간극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12일 기자간담회에서 “소수의 ‘초부자감세’가 아닌 다수의 ‘국민감세’를 추진하기 위해 법인세법과 소득세법, 조세제한특례법 수정안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우선 소득세 최저세율(6%)이 적용되는 구간을 과세표준(각종 공제를 제외한 뒤 세금을 매기는 기준이 되는 소득) 1,200만 원에서 1,500만 원으로 높이는 안을 제시했다. 연소득이 이보다 더 많은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과세표준 1,500만 원까지는 6%의 세율이 적용된다. 정부가 올해 세법개정안에서 최저세율을 적용하겠다고 밝힌 기준(1,400만 원)보다 상향해 저소득자 혜택을 늘렸다.
월세 세액공제율도 연간 월세액의 10%에서 15%(총 급여 5,500만 원 이하인 경우 12%에서 17%)로 올릴 것을 제안했다. 이 역시 7월 정부가 내놓은 안(10%→12%)보다 공제 폭이 크다.
여야 간 정면충돌하고 있는 법인세는 정부안에서 중소·중견기업(과세표준 5억 원 이하)에 10% 세율을 적용하는 안은 수용했다. 반면 과세표준 3000억 원 이상 기업에 적용되는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낮추는 안은 거부했다.
김 정책위의장은 “대략 5만4,000개 기업에 1조7,000억 원가량 효과가 발생하고, 소득세 과세표준 구간 조정을 통해 7,000억 원 정도 효과가 있다”며 “최고세율 구간을 낮추지 않으면 2조5,000억 원가량 세수가 더해지는 효과가 있어 국가 재정에 마이너스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본회의가 예정된 15일까지 여야가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이 같은 내용의 세법개정안 수정안을 제출할 방침이다. 정부 동의 없이 민주당 단독으로는 서민 예산 '증액'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서민 '감세’를 하겠다는 것이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꼭 필요한 부분만 감액해 2조 원이 안 되는 규모로 최소화시켰다"며 단독 감액안 발의를 예고한 바 있다.
수정 대상으로 소득세 구간 조정과 월세 세액공제, 중소기업 법인세를 선택한 것은 예산부수법안의 특성을 고려한 것이다. 정부안을 일부 수정하는 수준은 여야 합의로 곧장 제출할 수 있다. 이와 달리 정부안을 벗어난 내용이 반영되려면 다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치는 만큼 시간이 많이 걸린다.
민주당이 수정안을 내면서 예산안 협상이 더 꼬인 듯하지만 오히려 경색된 국면을 풀어가는 출구전략이 될 수도 있다. 정부·여당이 민주당의 서민감세안을 받아들이는 대신 민주당은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를 일부 수용하는 방식이다. 다만 김 정책위의장은 “최고세율 인하는 ‘바터’(교환) 조건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국민의힘은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만큼은 반드시 관철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투자 유치를 위한 감세이고, 그 효과가 주주나 종업원에게 돌아간다"며 "법인세를 1%포인트라도 반드시 낮춰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날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한덕수 총리 간 만남에서도 법인세를 둘러싼 입장차가 여실히 드러났다. 한 총리는 "법인세 감면을 통해 해당 기업의 경제활동을 활성화시키고, 많은 이해당사자가 더 많은 소득을 올리게 할 수 있다"며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를 요청했다. 이에 이 대표는 "원칙에 어긋나고 양극화도 심화시키는 초부자감세"라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