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아베 히로타카(45)씨 탐정사무소에 도쿄에 사는 남자 중학생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학교 동아리 학생들로부터 '이지메(따돌림, 괴롭힘)'를 당하고 있다고 학생은 호소했다. 아베는 동아리 학생들이 쓰는 인스턴트 메신저의 채팅 화면을 저장해 두라고 조언했다. 이어 학생의 교사를 찾아가 채팅 화면을 이지메 증거로 내세우며 상황을 설명했다. 교사가 나선 끝에 가해 학생들이 사과하는 것으로 문제가 해결됐다. 아베는 상담료를 받지 않았다.
12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아베가 받는 이지메 사건 의뢰는 연간 1,000건에 달한다. 2004년 이후 상담 건수는 1만 건이 넘었다. 따돌림을 당하는 학생과 학부모들이 그만큼 학교를 신뢰하지 못한다는 방증이다.
교육 현장에 탐정이 개입하는 것에 대해선 찬반이 엇갈린다. 피해 학생의 보호자를 지원하는 단체인 ‘전국 학교 사건·사고를 이야기하는 모임’의 대표 우치미 치하루씨는 “부모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진실을 아는 것”이라며 "사건 조사 전문가인 탐정은 존재 자체로 든든하다”고 말했다. 반면 아가타 쓰네히데 센리킨란대 교수는 “교육 시스템은 피해자를 지키는 동시에 가해자의 인간적 성장을 독려해야 한다”고 신중론을 폈다.
일본 문부과학성이 매년 조사하는 ‘문제 행동·등교 거부 조사’에 따르면 일본에서 인지된 이지메 건수는 지난해 61만5,351건으로 역대 최고 수치였다. 특히 스마트폰 등을 사용한 온라인 괴롭힘이 전년 대비 16%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