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나들이 나온 '잔망루피'·팬 사인회 연 '벨리곰'…유통가의 '어른이' 새 공략법

입력
2022.12.1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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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망루피·벨리곰·푸빌라 등 
연말 무르익는 '캐릭터 마케팅'
집객 효과·신사업 등 기회 모색


10일 오후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에서는 색다른 팬 사인회가 열렸다. 롯데홈쇼핑의 캐릭터 '벨리곰'이 다이어리 에세이 출간을 기념해 독자들을 만났다. 실제 인물이 아닌데도 행사 시작 전부터 서점 안은 북적였다. 행사 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벨리곰이 쓴 어설픈 사인 사진과 함께 "벨리곰과 악수했는데 따뜻했다"는 등 소감이 쏟아졌다.

유통가에 캐릭터 마케팅의 열기가 뜨겁다. 큰 조형물로 방문객의 시선을 끄는 데 집중하기도 하고 굿즈 및 팝업스토어, 대체불가토큰(NFT) 등 다채로운 방식으로 활용도를 높이려는 노력도 돋보인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캐릭터 산업의 시장 규모는 연 평균 7.8% 커져 20조 원 돌파를 바라보고 있다. 개성과 취향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소통과 재미를 추구하는 2030세대 '어른이'(어른+어린이)들이 지갑을 적극 열었고, 이들의 마음을 붙잡기 위해 캐릭터 경쟁이 벌어졌다는 해석이 많다.



새로운 강자로 부상한 '잔망루피'…굿즈 나온다



최근 캐릭터 시장의 새 강자는 아동 애니메이션 '뽀로로'의 캐릭터 '루피'다. SNS를 통해 기존 캐릭터에 다양한 성격을 입힌 '밈(Meme·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사진이나 영상)이 돌면서 '잔망루피'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어른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15~25일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몰에서 '잔망루피'의 한정판 굿즈를 파는 크리스마스 팝업스토어(임시매장) 행사를 진행한다. MZ세대(1980년~2000년대 초 출생)는 물론, 아이 동반 가족까지 폭넓은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제주공항도 최근 '잔망루피' 관련 굿즈를 한정 판매하고 있다. 8월 첫 출시한 '잔망루피' 굿즈가 좋은 반응을 얻자 2차로 기획 상품을 만들었다.

유통업계가 캐릭터 마케팅에 힘을 쏟는 가장 큰 이유는 뛰어난 집객 효과 때문이다. 롯데물산이 10월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에 띄웠던 대형 '러버덕' 조형물은 한 달 동안 약 650만 명 관람객을 모으면서 롯데월드타워 일대를 관광 명소로 키웠다.

신세계백화점은 최근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점 내부 곳곳에 캐릭터 '푸빌라' 조형물을 배치해 연말 고객을 맞을 준비를 마쳤다. 9일 매장 앞 광장에 설치한 17m 높이 초대형 '푸빌라' 풍선은 일찌감치 사진 찍기 명소로 입소문을 탔다. 피규어 사은품·순금 증정 등 다양한 이벤트로 캐릭터 인지도를 높일 계획이다.



브랜드 이미지 개선·신사업 확장 첨병 역할도


캐릭터는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거나 이미지를 쇄신하는 역할을 톡톡히 한다. 롯데홈쇼핑의 경우 텔레비전이라는 유통채널의 한계를 뛰어넘고, 4050세대를 넘어 고객층을 확장하기 위해 벨리곰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사업구조를 디지털로 전환하는 '탈홈쇼핑'을 추진 중"이라며 "벨리곰으로 홈쇼핑을 젊은 이미지로 바꾸고 모바일과 메타버스 중심으로 탈바꿈하려 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마케팅 차원을 넘어 굿즈, 지식재산권(IP) 등 신사업으로 연결시키는 시도도 이어진다. 신세계백화점이 6월 첫선을 보인 푸빌라 NFT는 1초 만에 1만 개 완판 기록을 세워 투자 가치를 인정받았다. 최초 발행가는 11만 원이었지만, 한 NFT 거래 플랫폼에서는 3,000만 원이 넘는 금액에 사고 팔렸다.

타임스퀘어점에서는 22일부터 연말까지 푸빌라 NFT 관련 팝업스토어도 연다. 푸빌라로 만든 NFT 이미지를 감상하고 라운지 이용권, 발레 주차 이용권 등 오프라인 매장에서 누릴 수 있는 등급별 혜택을 제공할 예정이다.

이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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