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신임 원장이 12일 여야가 대치하고 있는 법인세 인하를 두고 "법인세 인하가 투자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란 점은 대다수 사람이 동의하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법인세 인하를 삼성전자 등 초대기업만 혜택을 보는 '부자 감세'로 규정한 더불어민주당 주장에 맞선 견해다.
조 원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취임 첫 기자간담회를 갖고 "법인세 감면으로 투자가 위축된다는 건 논리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면서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낮추려는 정부·여당 계획에 힘을 보탰다.
법인세 인하는 여야가 벌이는 내년도 예산안·세법개정안 협상에서 이견이 가장 큰 사안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3,000억 원 이상 영업이익을 내는 경우에 내는 세금을 왜 깎아 줘야 하냐"며 법인세 인하 수용 불가 입장을 재차 밝혔다.
조 원장은 '법인세 인하가 부자 감세라는 건 정치적 구호'라고 주장했던 KDI의 10월 보고서를 언급하면서 "여기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법인세를 감면했을 때 혜택이 부자에게 집중되는 게 아니라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이 보고서는 기업이 법인세 인하에 따른 투자 증대로 이익을 불리는 과정에서, 개인 투자자 역시 배당 증가, 주가 상승을 누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법인세 인하 혜택이 초대기업뿐 아니라 일반 국민에게도 돌아간다는 얘기다.
조 원장은 엄습하는 경기 위축을 놓고는 "지금 경제가 어려운 건 통화 긴축과 관련해 벌어지는 현상으로 적어도 우리나라는 긴축 마무리 국면"이라며 "통화 긴축 효과는 시차를 두고 실물 경제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내년엔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내후년부터 정상화 국면으로 가지 않을까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조 원장은 현재 3.25%인 기준금리가 적절한지 묻는 질문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기준금리 인상이 연 3.5% 안팎에서 마무리되지 않겠느냐는 신호를 시장에 지속적으로 보냈다"며 "KDI도 그런 한은의 관점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 시절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로 알려진 조 원장이 고물가를 잡기 위한 공격적 기준금리 인상에 동조한 것이다.
조 원장은 정부가 이달 중 발표할 예정인 경제정책 방향에 대해 "이번 정부 들어 갑자기 어려워진 경제 대응에 치중하느라 집권 초 강조했던 연금·교육·노동 등 구조개혁을 충분히 진행하지 못했는데 내년엔 이를 잊지 말고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