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근 경찰청장이 12일 행정안전부 경찰국 설치에 반대해 전국경찰서장(총경) 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총경의 중징계를 요구한 것과 관련, “(경찰) 조직에 대한 역사적 평가까지 염두에 두고 내린 결론”이라고 밝혔다.
윤 청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14만 경찰 조직의 수장으로서 대내외 다양한 의견을 경청한 결과”라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7월 총경 54명과 함께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는 총경 회의를 개최한 류 총경은 “즉시 중단하라”는 경찰청장 직무명령을 이행하지 않아 대기발령 조치됐다. 이후 경찰청 시민감찰위원회는 류 총경에게 경징계를 권고했으나, 윤 청장은 중앙징계위원회에 중징계(파면, 해임 등)를 내려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경찰 노조 격인 전국경찰직장협의회가 탄원서를 제출하며 ‘윗선’ 개입 의혹을 제기하자, 윤 청장이 “징계는 정당하다”고 우회적으로 반박한 셈이다. 그는 대기발령 조치에 공개적으로 반발한 류 총경의 행태를 일종의 ‘항명(抗命)’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위계질서가 강한 경찰 조직에서 이를 선처할 경우 내부 기강이 흔들릴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류 총경은 윤 청장을 비롯한 경찰 지휘부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윤 청장은 ‘이태원 참사’ 감찰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지적에는 “현재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수사하고 있고, 국정조사 기관 대상도 될 텐데 남은 과정을 지켜보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참사 당일 저의 동선도 언론에 공개했고, 특수본 참고인으로 휴대폰을 제출해 수사가 진행 중”이라고 강조했다. 경찰 지휘부 책임론에 대해선 “우선 상황을 수습하고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게 급선무”라며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또 일각에서 제기된 희생자 유품을 대상으로 한 마약 검사 의혹에는 “팩트가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물병 등 현장 주변에 있던 유류품 400여 점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마약 검사를 의뢰했을 뿐, 희생자 유품은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참사 당시 ‘산타 복장 할아버지가 나눠준 사탕을 먹고 쓰러졌다’ 등 각종 의혹이 제기돼 수사기관으로서 확인할 의무가 있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