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국회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이 야당 단독으로 통과됐지만, 이 장관의 사퇴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국회가 제출하는 장관 해임건의안은 말 그대로 '건의안'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거부하면 효력을 잃는다. 이 때문에 이상민 해임안의 득실을 두고 여야에선 엇갈린 평가가 나온다.
야당은 해임안 통과를 계기로 이 장관의 자진사퇴를 압박하고 나서는 모습이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이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을 위해서라도, 지금이라도 스스로 물러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무직 공직자에게 사퇴는 책임지는 방식이라는 거다.
박 전 원장은 12일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우리 정치 문화는 책임 문화다. 청와대 수석도 당내에서 일어나는 잘못도 '책임지고 제가 물러납니다' 하면 다 수습이 된다"며 "(이태원 참사) 책임을 용산경찰서장이나 용산구청장에게 지게 할 것인가. 형사적 책임은 조사해서 사법부에서 결정하는 것으로 (이 장관 물러나라는 건) 도의적, 정치적 책임(을 지라는 뜻이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김대중 정부 시절, 인수위까지 5년 1개월 동안 7번 임명장을 받았지만 6번 (직책에서 스스로 물러날 뜻을 밝히며) 나갔다"고 전했다. "대통령이 만류했지만, 국민이 원하기 때문에 제가 물러나겠다. 누군가는 책임을 져줘야 한다는 심정으로 물러났다"고도 덧붙였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관측에 대해선 박 전 원장은 "대통령은 문제를 풀어 가야지 문제를 자꾸 만들어 가면 나라가 어디로 가는냐"며 야당의 뜻을 수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반면 이 장관 해임안이 야당의 자충수가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국정조사 합의 후 해임안 카드를 꺼내든 민주당의 전략은 패착이라고 꼬집었다. 여권이 비판해온 '참사의 정쟁화'에 빌미만 제공했다는 지적이다.
홍 시장은 1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서 "국정조사를 하기로 했다면 국정조사를 통해 책임 소재를 밝힌 후 그 책임을 물어야 하는데 국정조사도 하기 전에 각료 해임안을 단독 통과시켜 국조 후 정치적으로 책임을 져야 할 장관에게 더 버틸 명분이나 줬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여의도에는 책사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책사는 없고 단순 무지한 사람들만 모여 앉아 진영논리로만 막무가내로 밀어붙이고 있다"고도 했다.
한편 서울 이태원 참사 42일 만에 출범한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는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며 이상민 장관의 조속한 파면을 외쳤다.
이 장관이 물러나야 한다는 목소리는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확인된다.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이 이 장관의 해임 건의안을 제출한 것에 대해 찬성하는 의견이 55.8%로 절반을 넘었다. 반대한다는 34.2%였다. 이태원 참사 책임을 지고 이 장관이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이 65%에 달하는 조사(한길리서치)도 있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