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영화배우 겸 제작자 스티브 빈센트 부세미(Steve Vincent Buscemi, 1957.12.13~)는 이탈리아계 이민자로 뉴욕 브루클린에서 태어났다. 고교를 마치면 무조건 공무원이 돼야 한다는, 환경미화원이던 아버지의 가르침에 따라 부세미도 만 18세 때인 1976년 소방관 시험을 치렀고, 22세 되던 80년 마침내 맨해튼 리틀 이탈리아 지역 'Engine 55'팀의 정식 소방관이 됐다. 그는 전업배우로 나서기까지 만 4년 동안 소방관으로 일하며 그들의 헌신과 형제애를 배웠다고 훗날 말했다.
86년 영화 ‘Parting Glances’에서 에이즈 걸린 청년 음악가로 열연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한 그는 ‘바톤 핑크’, ‘저수지의 개들’, ‘파고’ ‘콘 에어’ 등에 잇달아 출연하며 배우로서 크게 성공했다. 2011년엔 HBO 드라마 ‘보드워크 엠파이어’로 에미상 남우주연상을 탔다.
2001년 9·11 사태 직후 그는 간직하고 있던 개인 소방 장비를 챙겨 옛 직장으로 향했다. 그러곤 12일부터 일주일간 대원들과 똑같이 하루 12시간씩 건물 잔해에서 생존자를 구조하고 시신을 수습했다.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은 활동으로, 모든 인터뷰 요청에도 응하지 않았다. 엄청난 후속 보도들에 묻혀 그의 활동은 이내 잊혔다. 당시 뉴욕 소방관 343명이 순직했고, 그의 팀에서도 4명이 숨졌다.
2013년 9월, 한 소방관 권익단체가 공식 SNS 계정에 9·11 당시 그의 활약을 소개하는 글과 사진을 올렸다. “이 사람 알아보시겠습니까? (…) 그는 홍보를 위해 거기 있지 않았습니다.”
그는 2003년 소방관서 축소에 항의하는 시위에 가담했다가 체포된 적이 있고, 허리케인 ‘샌디’ 피해지역 구조작업에도 동참했다. 2014년엔 뉴욕소방관을 소개하는 HBO 다큐 진행을 맡았고, 9·11 후유증으로 고통받는 시민과 소방관들을 위해 글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