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가 15일간의 파업을 접고 일터로 돌아갔지만, 국회를 중심으로 2차전이 시작되는 분위기다. 안전운임제 일몰 시한이 20일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3년 연장안'에 동의했던 정부·여당이 원점 재검토 방침 입장을 고수해서다. 화물연대는 "3년 연장 약속이 지켜져야 한다"며 국회 농성 등 압박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협상할 시간이 많지 않은데다 정부·여당의 입장이 워낙 강경해 일각에서는 안전운임제가 일몰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11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12일부터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화물연대본부는 이달 31일로 예정된 안전운임제 일몰을 막기 위한 활동에 돌입할 예정이다. 공공운수노조는 10일 '안전운임제 사수'를 위한 결의대회를 진행했고, 12일에는 박진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총장을 만나 업무개시명령의 위법성을 설명할 예정이다.
일몰 시한이 다가오면서 화물연대를 비롯한 노동계의 움직임이 빨라졌으나, 정부· 여당의 분위기는 정반대다.
화물연대는 정부·여당이 당초 안전운임제 3년 연장안을 제시했으니 이를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정부·여당은 안전운임제를 원점에서 다시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수상 국토교통부 교통물류실장은 화물연대의 파업 철회 직후 브리핑에서 "제도의 문제점들에 대해 논의가 필요하고, 3년 연장안도 다시 대화를 시작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선을 그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김정재 의원도 "정부의 제안은 파업하지 않을 경우에 해당하는 것이었지, 집단운송거부에 들어간 순간 정부안은 사라졌다"고 밝혔었다.
대통령실의 기류도 강경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3년 연장 여부만을 여야 논의 테이블에 올려서는 안 된다. 협상 테이블에는 안전운임과 저임금자에 대한 제도적 개선, 화물연대가 입힌 피해에 대한 책임까지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이 참에 노동계 파업에 대한 '법과 원칙에 따른 대응' 기조를 유지하면서, 노정·노사 관계 개선 방안까지 모색해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구체적인 대화 일정도 잡히지 않았다. 국토부는 '선 복귀 후 대화 기조' 속에서 운송 거부 참여자들의 복귀를 확인한 뒤 일정을 잡겠다는 생각이다. 화물연대와 대화할 주체도 명확하지 않은 상태다. 김수상 실장은 "(파업 전까지) 화물연대와 일주일에 한 번씩 계속 만나왔기에 (국토부가) 직접 대화를 할 수도 있고, 국회 차원에서 논의된다면 정부도 의견을 제시하며 함께 상의하겠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안전운임제가 이대로 일몰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 야당 주도로 국토위를 통과한 '3년 연장안'은 법제사법위원회 통과를 기다리고 있는데, 법사위의 법안 심사 기간이 최장 60일인 데다가 위원장이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이라 이달 안에 모든 국회 일정을 마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화물연대에 대한 국민 여론이 우호적이지 않아 야당이 단독으로 법안을 통과시키기에는 부담이 크고, 통과되더라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있다.
제도 공백 상황에서 발생할 손실을 받아들이고,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안전운임제 도입 여부를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종진 유니온센터 이사장은 "야당을 중심으로 내년 1분기 안에 일몰이 아닌, 제도의 안착을 위한 법제도 개선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면서 "안전운임제가 왜 필요한지 노사정이 제시하고, 이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도 얻을 수 있도록 사회적 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