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발생 42일째인 10일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가 공식 출범했다. 유가족협의회는 출범을 알리는 자리에서 정부를 향해 철저한 진상 규명 등을 요구했다.
유가족들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정동에서 ‘10ㆍ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성역 없는 수사로 그날의 진실을 밝혀야 한다"며 "국민의 생명을 지키지 못한 것에 엄중한 책임을 물어 책임자들을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협의회에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 158명 중 97명의 유족 170여 명이 참여했다. 협의회는 창립선언문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와 책임자 강력 처벌 △정쟁을 배제한 이태원 참사 진실규명 △유가족 소통공간 마련 △참사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공간 마련 △희생자를 향한 2차 가해 처벌 등을 요구했다.
유가족들은 특히 정부의 무책임한 대응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참사 희생자 고 이지한씨 부친 이종철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오늘 처음 만나는 유가족이 50여 명이다. 희생자 유가족 연락처를 확보하려고 미친듯이 돌아다녔다”며 “서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게 하는 방법은 유가족이 만나서 서로 울고 껴안아야 한다고 말했지만 정부에서는 아직도 연락처를 주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지난 2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해체했는데, 유가족과 소통도 없이 중대본을 해체한 이유는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고 김지연씨 어머니 김채선씨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 오세훈 서울시장 등의 이름을 거론하며 “자식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 제발 유가족 입장을 생각해달라”며 “내 자식들이 길거리 지나가다 참혹하게 고통당하며 죽더라도 가만히 손 놓고 계셨겠나”라고 비판했다.
이날 기자회견 도중 슬픔에 북받친 유가족들의 통곡이 쏟아졌고, 일부 유가족은 회견 도중 실신해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됐다.
유가족들은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발언에 대해서도 날을 세웠다. 권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유가족협의회 출범을 알리면서 “시민단체가 조직적으로 결합해 정부를 압박하는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며 “세월호처럼 정쟁으로 소비되다가 시민단체의 횡령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 있다”고 써 논란을 자초했다. 이정민 유가족협의회 부대표는 “세월호 유가족이 반정부 세력입니까, 저희가 반정부 세력입니까"라고 되물으면서 "세월호 유가족도 자식을 잃고 슬픔과 비통함 때문에 억울함을 풀어달라 요구했고, 저희도 마찬가지다. 세월호 때 어떻게 했는지 한번 더 자신들을 돌아보고 저희한테 얘기해달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갈라치기하면서 왜 국민한테 진실을 호도하는 것이냐"며 “이게 정부가 할 일이고 책임있는 여당이 할 일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가족협의회는 참사 발생 49일째인 16일 오후 6시 서울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1번 출구에서 ‘시민 추모제’를 개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