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다재다능함, 그리고 여전히 유효한 디젤 – 폭스바겐 티구안 4모션 프레스티지

입력
2022.12.09 06:30

최근 자동차 시장에 부는 전동화의 흐름은 이제 피할 수 없는 ‘주류’가 되었고, 많은 브랜드들은 이에 대응하며 다채로운 전기차를 선보이고 있다.

수입차의 대중화를 외치며 국내 소비자들에게 더욱 적극적인 태도를 이어가고 있는 폭스바겐 역시 순수 전기차, ID.4를 선보이고, 해외에서도 여러 전기차들을 속속 공개하며 ‘자동차 시장의 흐름’에 합류하고, 또 소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하지만 이런 이면에도 내연기관 차량의 판매는 여전히 자동차 시장의 주류이며, 폭스바겐 역시 내연기관 차량인 골프와 아테온, 티구안 그리고 제타 등의 라인업을 꾸준히 이어가며 ‘현재’에도 집중하는 모습이다.

2022년의 겨울, 폭스바겐의 지난 시간을 지켜왔고 가장 대중적이며 익숙한 디젤 유닛인 TDI 엔진을 품은 티구안 4모션을 마주했다. 내연기관과의 이별이 가까워지고 있는 지금, 티구안 4모션의 경쟁력은 어느 정도일까?

스테디셀링 SUV, 티구안

폭스바겐 티구안은 말 그대로 브랜드를 대표하는, 그리고 세그먼트를 대표하는 차량이다. 데뷔 이후 국내 시장은 물론 유럽, 해외 시장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디젤 게이트의 풍파로 인해 일부 ‘판매 중단’의 시기를 겪었지만 지금까지도 꾸준한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국산 SUV들이 체격을 키우고, 경쟁자들 역시 속속 등장했지만 티구안은 폭스바겐 특유의 명료함을 앞세워 소비자들과 함께 하고 있다.

실제 4,510mm의 전장과 각각 1,840mm, 1,645mm의 전폭, 전고와 2,680mm의 휠베이스 등은 ‘특출난 모습’은 아니다. 되려 시장의 기준으로 본다면 ‘중형 SUV’으로 부르기엔 다소 작아 준중형 SUV에 가까운 모습이다.

하지만 직선적인 구성으로 ‘명료함’을 강조한 전면 디자인, 그리고 다부진 감각이 돋보이는 바디킷이 더해져 SUV의 감각을 선명히 드러낸다. 이어지는 루프 및 윈도우 실루엣 등, 그리고 깔끔한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의 구성 역시 ‘폭스바겐다운 모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모습은 실내에서도 느낄 수 있다. 최신의 폭스바겐과 비교한다면 조금 고전적인 모습의 실내 공간은 여전히 기능적이고 깔끔한 모습이다.

여기에 새로운 스티어링 휠, 그리고 한층 개선된 기능의 여유 등이 만족감을 더한다. 또한 공간에서도 만족감을 더한다. 1열 도어 안쪽의 전체적인 공간 감각이 쾌적하며, 시트의 크기도 준수하다. 또 파노라마 선루프의 ‘개방감’ 역시 매력적인 부분이다.

이어지는 2열 공간 역시 넉넉한 공간감, 그리고 큼직한 창문을 바탕으로 한 ‘개방감’을 더한다. 여기에 트렁크 게이트 안쪽에 615L의 여유 공간, 그리고 2열 시트를 접었을 때 펼쳐지는 1,655L까지 공간이 활용성을 더한다. 덕분에 티구안은 지금의 기준으로도 패밀리 SUV로 사용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여전히 돋보이는 디젤의 매력

티구안과의 이번 만남은 지금까지와 달리 서울에서 조금 더 먼 장소에서 진행됐다. 용산역에서 출발해 한강대로, 강변북로 그리고 자유로를 거쳐 통일대교까지 달렸고, 이후에는 방향을 돌려 포천의 ‘한탄강’을 향했다.

조금 더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기 위해 트렁크에 캠핑 테이블과 태블릿 PC, 블루투스 스피커 그리고 따듯한 음료를 채운 텀블러 등을 채우고 시동을 걸었다. 100km가 조금 넘는 여정이 시작됐고, 평소 습관처럼 트립 컴퓨터를 리셋해 ‘티구안의 효율성’을 확인했다.

한강대로와 강변북로에는 통행량이 제법 많은 편이라 주행 속도가 다소 떨어졌다. 하지만 정체 구간은 없었기에 기분 좋게 자유로에 오를 수 있었다. 자유로 위에서도 이러한 흐름이 이어졌고, 티구안은 디젤 엔진 특유의 소음을 내긴 했지만 무척 쾌적히 주행을 이어갔다.

참고로 티구안 4모션에는 150마력과 36.7kg.m의 토크를 제시하는 2.0L TDI 엔진이 자리한다. 여기에 7단 DSG, 그리고 4모션 시스템을 통해 안정적인 운동 성능을 구현한다. 이를 통해 정지 상태에서 9.3초 만에 시속 100km까지 가속할 수 있고, 198km/h의 최고 속도를 자랑한다.

성능도 준수한 편이지만 효율성은 더욱 큰 매력이다. 실제 티구안 4모션은 13.4km/L의 공인 복합 연비를 자랑한다. 더불어 도심 및 고속 연비 또한 각각 12.3km/L와 15.0km/L에 이른다. 4모션이 더해지며 공인 연비가 다소 하락했지만 여전히 인상적인 수치다.

그리고 이러한 모습은 ‘실 주행’에서도 검증됐다. 쾌적히 이어진 자유로 주행을 마친 시점에서 티구안의 평균 연비는 20.0km/L에 이르며 공인 연비보다 한층 우수한 결과를 제시헀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곧바로 한탄강을 향한 주행을 이어갔다.

통일대교에서 한탄강으로 가는 구간은 경기도 북부의 지방도를 달리는 시간이다. 중간중간 교통으로 인해 멈추는 경우도 있고, 마을 인근을 지나며 주행 속도를 낮춰야 할 상황이 있었지만 쾌적한 도로 흐름 덕분에 마지막까지 기분 좋은 주행을 이어갔다.

주행 중간 중간 7단 DSG가 아닌 8단, 혹은 10단 변속기가 적용되었으면 하는 마음, 그리고 폭스바겐 특유의 깔끔하고 드라이한 주행 질감이 조금 더 부드러우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보편타당함’의 범주를 꾸준히 이어가는 모습은 여전히 만족스러웠다.

그렇게 얼마나 달렸을까? 지방도를 한참 달린 후에 오늘의 목적지 한탄강에 이르게 됐다. 한탄강에 이르고 습관처럼 트립 컴퓨터의 수치를 봤다. 지방도로의 쾌적한 교통흐름 덕분일까? 티구안은 21.7km/L에 이르는 뛰어난 결과로 ‘디젤의 매력’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일상의 여유를 위한 4모션

한탄강에 도착한 후 평소 자주 들리던, 그리고 여유 시간을 보내던 장소로 이동했다. 강변의 자갈밭, 모래밭을 지나야 하는 구간인 만큼 보유하고 있는 2010년식 캐딜락 CTS 스포츠왜건으로는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구간이다.

물론 노면 자체가 ‘난이도 높은 오프로드 구간’은 아니지만 분명 낮은 지상고, 그리고 후륜구동의 차량에겐 부담스러운 곳이다. 그렇기에 오늘과 같이 높은 지상고, 그리고 사륜구동 시스템을 갖춘 파트너가 있다면 무척 기분 좋게 진입할 수 있다.

센터 터널의 다이얼을 돌려 ‘오프로드 엑스퍼트’ 모드를 활성화했다. 전문적인 오프로드 SUV, 그리고 올 터레인 타이어를 품은 건 아니지만 오프로드 주행에 최적화된 트랙션 배분 및 조율을 통해 경쾌하게 움직이는 모습이다.

물론 큼직한 바위, 그리고 움푹 패인 모레, 진흙 구간을 지나기엔 부담스럽고, 또 차량 손상이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시야’ 그리고 동선이 파악되는 구간만큼은 여느 차량이 부럽지 않게 능숙히 움직이는 모습이다.

전문적인 오프로드를 즐기는 이들에겐 ‘만족스럽지 않은 차량’일지 몰라도 포장된 도로를 잠시 벗어나 캠핑 사이트로 향하는 시간, 그리고 지방의 별장이나 가족들의 집을 방문하며 마주하는 임도 등을 소화하기엔 부족함이 없다.

캠핑, 그리고 차박도 문제 없는 티구안

평소 즐기던 자리에 도착한 후 트렁크 게이트를 열고 준비한 짐을 꺼내 펼치기 시작했다. 이번 일정은 텐트를 치거나, 차박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잠시 바람을 맞으며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기 위함이었기에 짐은 무척 간결했다.

캠핑용 테이블을 펼치고, 야외에서도 풍부한 사운드를 누릴 수 있는 블루투스 스피커, 그리고 음악을 찾고 재생하고, 또 잠시 여흥을 즐길 수 있는 태블릿 PC 등을 올려두었다. 여기에 서울에서 가져온 따듯한 음료, 그리고 간식을 꺼냈다.

찬 바람 속에서 한탄강을 바라보며, 또 저 멀리 훈련을 위해 움직이는 군인들을 바라봤다. 그리고 예전부터 좋아했던 여러 음악들, 그리고 어느새 데뷔 15년을 맞은 이들의 음악을 들으며 한참의 시간을 보냈다.

이처럼 소박하게 약간의 여유를 즐기는 이들에게도 티구안은 만족스럽지만 ‘풀-소유’를 지향하는 이들에게도 훌륭하다. 실제 2열 시트를 모두 접었을 때 드러나는 1,655L의 여유 공간을 가득 채우면 긴 여정을 소화하기에도 부족함이 없다.

더불어 차박에도 제법 괜찮은 차량이다. 2열 시트를 접으면 제법 넓은 공간이 드러난다. 완전히 평평한 건 아니라 최적의 편안함을 누릴 수는 없지만 넉넉한 공간, 그리고 개방감이 좋은 창문과 높은 캐빈 덕에 ‘여유’를 누리기 충분했다.

해가 조금씩 지기 시작해 바람이 더욱 차게 느껴졌다. 이에 티구안 안으로 자리를 옮긴 후 트렁크 게이트를 프레임 삼아 한탄강과 주상절리의 모습을 보며 조금 더 시간을 보냈다.

현재를 위한 선택, 폭스바겐 티구안

시대는 빠르게 변하고 어느새 새로운 미래가 코 앞에 다가왔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전동화의 불편함’은 아직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실제 유럽에서는 ‘전력난’ 상황에서 전기차 운영을 제한하겠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그런 의미에서 폭스바겐의 TDI, 그리고 티구안은 말 그대로 ‘현재’를 위한 선택일 것이다. 현재 가장 합리적이고, 가장 효율적이며 여유로운 차량이자 다채로운 환경에 능숙히 대응할 수 있는 차량이라는 건 의심할 여지가 없다.

모클 김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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