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술에 취해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운전하다 하교하던 초등생을 치어 숨지게 한 남성에게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사(뺑소니)’ 혐의를 적용하기로 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8일 “블랙박스 및 폐쇄회로(CC)TV 분석을 거쳐 피의자 A씨에게 도주치사 혐의를 추가했다”며 “9일 구속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에게는 이미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어린이보호구역 치사(민식이법) 및 위험운전치사, 음주운전 혐의가 적용된 상태다.
앞서 A씨는 2일 오후 강남구 청담동 언북초등학교 후문 앞에서 만취 상태로 차를 몰다가 하교 중이던 B(9)군을 치어 숨지게 했다. 사고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수준(0.08%)을 웃돌았다.
당초 경찰은 피의자가 B군을 친 뒤 21m 거리의 자택 주차장에 갔다가 40초 후 사고 장소로 돌아온 사실을 근거로 뺑소니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다. 뺑소니는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 징역형으로 민식이법보다 법정 형량이 높다.
이에 피해자 유족은 “사고 직후 구호 조치를 안 한 만큼 뺑소니가 분명하다”고 거세게 반발했다. B군 부모는 전날 강남서를 찾아 면담하고 탄원서 약 1만 장을 경찰에 제출했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 결과를 도출하는 과정에서 혼선을 일으켜 유족들에게 송구스럽다”며 사과했다. 뺑소니 혐의를 추가한 이유에 대해선 “스쿨존에서 사고가 났을 땐 즉시 정차 후 내려서 구호조치를 해야 한다는 변호인단 의견에 공감했다”고 설명했다.
B군 어머니 이모(43)씨는 “이제라도 경찰이 뺑소니를 인정해 수사가 올바른 방향으로 진행될 수 있어 다행”이라며 “검찰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도 혐의가 반영돼 피의자를 엄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