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궁극의 친환경차 '태양전지 자동차' 개발에 본격 착수했다. 태양광 에너지로만 달릴 수 있는 자동차 개발을 위해, 국내외 정상급 연구진 영입에 팔을 걷어붙이면서다.
8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현대차는 최근 선행기술원에서 일할 페로브스카이트(perovskite) 태양전지 개발 연구진 영입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기존 태양광 효율을 훌쩍 뛰어넘는 '차세대 태양전지'인 페로브스카이트 및 실리콘 탠덤셀을 상용화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을 위한 움직임에 나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업계에서 이번 영입 시도를 주목하는 건 자동차 제작과는 무관한 페로브스카이트 및 실리콘 탠덤셀 전문 연구 인력들에게 러브콜을 보낸 점이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에서 꽤 공격적으로 인력을 끌어모으려는 분위기"라며 "국내 정상급 연구 인력은 물론 해외 인력에게도 매력적 처우를 제시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선행기술연구원은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소재·공정 개발 △텐덤용 실리콘 태양전지 셀·모듈 개발 △소재 설계 및 공정 기술 개발에 적합한 인력을 모집 중인 건 사실"이라고 했다. 지난해 설립된 선행기술원은 경기 화성시 남양연구소와 별개로 성남시 분당구 판교테크노벨리에 자리 잡고, 신기술 연구에 무게를 둔 조직이다.
태양전지 자동차는 아이오닉 시리즈로 대표되는 전기차, 넥소로 대표되는 수소차를 뛰어넘는 새로운 '게임 체인저'로 여겨진다. 앞으로 기술 발전에 따라 주유나 전기·수소 충전 등을 하지 않고도 '무한주행'이 가능한 수준까지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현대차가 직접 연구하려는 고효율 페로브스카이트는 현재의 태양광셀 효율(20% 안팎)을 약 두 배 이상 끌어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1839년 러시아 광물학자 레프 페로브스키(Lev Perovsky)가 러시아 우랄산맥에서 발견한 광물에서 이름을 따 온 페로브스카이트는 가공 비용과 재료비를 아낄 수 있고, 기존 태양광 패널과 달리 건물이나 차량에 펴 바르는 방법(도포)으로 설치가 가능할 정도로 얇게 만들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페로브스카이트를 차량에 도포한 뒤 태양이 내리쬐는 곳에서 달릴 경우 발전과 소비가 동시에 이뤄진다. 배터리 기술 발전과 결합된다면 낮에는 충전하며 달리고, 밤에는 저장된 태양광 에너지로 주행할 수 있다는 얘기다. 페로브스카이트가 '꿈의 물질'로 불려온 이유다.
최근 CNBC에 따르면 독일 태양광 전기차 그룹인 소노 그룹과 네덜란드 라이트이어, 미국 앱테라 등이 태양광 자동차 상용화를 진행 중이며, 이들 중 일부는 내년 첫 모델을 선보일 예정이다. 다만 이들 모델은 별도의 전기 충전도 함께 해야 하는것으로 전해졌다.
태양광 업계에 따르면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상용화 관건은 ①혁신적 물질 개발과 ②큰 면적에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는 기술(대면적화) ③대량 생산 설비 확충이다. 학계 관계자는 "당장 수년 내 한계를 해결하기는 어렵지만, 인력 확충 자체가 의미 있는 발걸음"이라고 했다.
앞서서는 그룹 차원에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개발에 대한 포석을 깔았다. 6월 현대차그룹이 울산과학기술원(UNIST)과 협약을 통해 2025년까지 차량용 차세대 태양전지 개발을 위한 공동연구실을 운영하기로 하면서다.
공동연구실은 차량용 태양전지에 적합한 '고효율 대면적 페로브스카이트-실리콘 탠덤 소자'를 개발해 솔라 루프에 적용하는 것을 최종 목표로 했는데, 이와 별개로 진행된 인재 확보 움직임은 독자적 기술 개발도 병행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현대차그룹은 앞서 2019년형 쏘나타 하이브리드와 K5 하이브리드, 아이오닉5 등의 윗면에 태양전지를 장착한 옵션을 선보였다. 태양전지로 얻은 에너지로 주행 거리를 늘리거나, 시동용 배터리를 충전하기 위한 발전기 작동 시간을 줄여 연비를 높이는 특징을 지녔으나 소비자들에게 외면받으며 조용히 자취를 감춘 바 있다. 현재는 제네시스 G80 모델 옵션으로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