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금 해지' 읍소한 남해축산농협… 가입자들은 '난감'

입력
2022.12.0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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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 성립 유효, 취소 및 해지 의무 없어
만기 시 실제 이자 6%대지만, 현재 최고 수준 
"해지 부탁" 호소에도 5건 중 1건만 해지

"고객님의 너그러운 마음으로 해지를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남해축산농협에서 고객들에게 '상품 계약을 취소해달라'고 읍소하는 황당한 일이 발생했습니다. '10%대 적금' 상품을 내놨는데 대면으로만 판매해야 할 해당 상품이 '직원 실수'로 비대면(온라인)으로 판매했기 때문인데요. 소수점 금리까지 따져가며 투자처를 찾고 있던 고객들에게 두 자릿수 금리 상품은 그야말로 '횡재'였을 겁니다. 해당 상품에 예상 목표 금액의 100배가 넘는 자금이 밀려든 것은 그 방증이죠.

다만 제시된 금리만 보고 만기 때 두 자릿수 이자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을 텐데요. 뭉칫돈을 넣은 뒤 만기 시 약정 금리를 받는 예금과 달리, 적금은 매월 입금액에 남은 만기를 반영해 이자를 지급하는 구조입니다. 예컨대 만기 1년·이자 10% 상품(세금 제외)의 경우, 총 120만 원을 넣으면 예금 이자는 12만 원이지만, 적금 이자는 6만5,000원입니다.



이번에 남해축산농협에 밀려든 금액이 1,000억 원인 점을 감안하면, 만기 1년 적금에 따른 부담은 60억 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됩니다. 남해축산농협의 출자금이 73억 원(지난해 말 기준)에 불과한 상황에서 부담이 클 수밖에 없죠. 대규모 취소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 경영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는 얘깁니다. 남해축산농협 측이 8일 "진심으로 죄송하지만 다시 한번 해지를 요청드린다"고 호소한 이유입니다.

적금 가입자들은 해지 요청에 난감할 듯합니다. 이미 계약이 성립됐기 때문에 가입자들은 해당 상품 가입을 취소하거나 해지하지 않아도 됩니다. 남해축산농협 측 사정은 딱하다지만, 가만히 앉아서 1년 뒤 투자금의 6%가 넘는 이자수익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은 매력적입니다. 금융당국의 압박에 5%대 금리를 주는 상품이 사라진 상황이라는 점에서 해지할 이유는 더욱 줄어듭니다. 계약 해지율이 이날까지 20%(건수 기준)에 불과한 것도 이런 배경일 겁니다.

앞서 '고금리 특판 주의령'을 내렸던 금융당국도 이번 사고(?)를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남해축산농협뿐 아니라 최근 다른 지역 농협(동경주·합천)에서도 유사한 일이 발생, 지역농협 전반의 시스템 문제로 비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금융감독원은 일단 사태 발생 직후 농협중앙회를 통해 진상을 파악하고 있습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주의 조치에도 이런 일이 발생해 안타깝다"며 "지역농협의 내부통제 시스템 강화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정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