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월드컵에서 12년 만의 16강을 달성하고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을 떠나게 된 파울루 벤투 감독의 과거 직설적인 발언이 온라인상에서 재조명되고 있다. 벤투 감독은 지난 9월 이미 월드컵 종료 후 한국팀을 떠나기로 마음을 굳혔다고 밝힌 바 있다.
벤투 감독의 직언은 지난달 10일 아이슬란드와의 친선 경기에 앞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나왔다. 벤투 감독은 이날 "사실 선수들 휴식은 필요 없고 중요한 게 돈, 스폰서 이런 게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면서 "제 의견은 대표팀이 한국에서 중요하지 않다고 보는 것 같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한국을 떠나기로 결정을 끝내 놓은 상태에서 내놓은 '작심 발언'으로 들렸다.
이런 벤투 감독의 발언은 사실 월드컵을 목전에 두고 소속팀에서 선수를 혹사하고 있다는 불만의 표현이다. 당시 김진수(전북 현대)가 친선 경기에 뛰지 못하고 재활에만 매달려야 했던 상황에 대해 불만을 표명하면서, 그 원인을 많은 경기 수 소화와 빡빡한 일정에 둔 것이다.
벤투 감독은 당시 김진수의 몸 상태와 관련해 "좋지 않지만 그게 놀랍지는 않다. FA컵에서 부상을 당하고도 끝까지 경기를 뛰었다. 월드컵을 잃을 수도 있는 큰 리스크를 안고 경기에 뛴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K리그 시즌 막판의 일정에 대해서도 “이번 시즌 한국 축구는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와 (FA컵) 결승전이 72시간 안에 모든 경기가 치러졌다”면서 지나치게 밀집된 일정에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스포츠춘추' 박동희 기자는 8일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벤투 감독의 해당 발언에 대해 "월드컵이라는 큰 행사를 앞둔 감독 입장에서는 모든 초점이 대표팀에 맞춰지길 바랐을 것"이라면서 "벤투 감독이 전부터 그런 우려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개선되지 않았기 때문에 작심 토로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벤투 감독은 직접 국가대표팀을 지휘하는 과정에서도 선수들의 컨디션을 최우선에 놓은 운영을 해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월드컵에서도 주전 수비수 김민재를 16강 진출의 결정적 길목이었던 포르투갈과의 경기에서 쉬게 하고, 부상에 시달린 황희찬을 막판까지 아끼다 투입한 것이 대표적이다.
선수와 팀의 피로도를 고려하지 않은 지나치게 빡빡한 일정에 대한 지적도 일관됐다. 벤투 감독은 16강 진출 이후 "과거 월드컵에서 조별리그가 끝난 뒤 72시간 만에 바로 경기하는 걸 못 봤다. 이처럼 짧은 간격으로 경기를 치르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고 말했다. 과거 월드컵보다 짧게 진행된 카타르 월드컵 일정에 대해서도 K리그에 대해 제기한 비판과 동일한 기준으로 불만을 토로한 것이다.
벤투 감독은 7일 한국 대표팀 감독 생활을 사실상 마무리하는 귀국 기자회견에서도 "선수들은 최적의 몸 상태에서 뛰어야만 한다"며 선수의 휴식과 건강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