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 아닌 '윤심' 놓고 자중지란 벌인 집권여당

입력
2022.12.08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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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친윤(친윤석열)계가 주도하는 당내 모임 ‘국민공감’이 7일 출범했다. 소속의원 115명 중 65명이 가입한 여당 내 최대 모임이다. 내년 3월로 예상되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주자인 김기현 안철수 의원이 가입했고 ‘윤핵관 투톱’인 권성동 장제원 의원을 포함해 71명이 출범식에 참석, 의원총회를 방불케 한다는 반응이 나왔다. 윤핵관이자 모임 간사인 이철규 의원은 “계파 모임은 하지 않을 것”이라며 “순수한 공부 모임”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대통령과 가까운 실세 의원들이 세몰이성 줄세우기에 나섰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온갖 잡음 끝에 2선 후퇴한 권성동 장제원 의원부터 전면에 복귀한 형국이다. 국민공감은 앞서 6월 장 의원이 주도해 결성하려던 ‘민들레’ 모임을 이름만 바꾼 것이다. 장 의원은 최근 윤석열 대통령을 두 차례 만난 주호영 원내대표가 당권주자군을 “(당원들의) 성에 차지 않는다”며 수도권·MZ세대 인기 등 기준을 제시한 데 대해 “(대통령 의중을 대변한 듯) 그런 애기를 하니 한동훈 차출론도 나오는 것 아니냐”라고 정면 비판했다. 그러자 이번엔 정진석 비대위원장이 “심판으로서 할 말을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남동 관저로 각각 초청받은 집권당 핵심부가 윤심(尹心)의 해석을 두고 자중지란을 벌인 것이다.

이는 윤 대통령의 ‘관저정치’ 부작용과 무관치 않다. 출근길 약식회견을 중단한 윤 대통령이 직접 당권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오해마저 부르기 십상이다. 여기에 친윤 거대 모임까지 등장해 당·정·대라는 공식 라인은 위축되고 사적 네트워크가 활개를 칠 가능성이 농후하다. 과거 박근혜·문재인 정부 때도 친박, 친문들이 주축이 된 모임이 계파정치로 이어져 정치 후진화의 원인이 되지 않았나. 윤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당무 언급은 적절치 않다”고 밝힌 바 있다. 당정분리는 여당이 제왕적 대통령의 거수기로 전락하는 현실을 벗어나기 위한 정치개혁의 핵심 원리다. 내년 전당대회는 민심을 읽고 윤 정부가 다시 태어나야 할 중대한 기회임을 여권은 명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