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6일 '동물복지법' 제정 내용을 골자로 한 동물복지 강화 방안을 발표하자 동물단체들은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다만 반려동물 위주로 정책이 짜여 농장동물, 실험동물 관련 내용은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방안에는 동물보호법을 동물복지법으로 개편해 반려동물 소유자 돌봄 의무를 강화하는 한편 동물 수입·판매·장묘업을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전환하고, 동물학대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관련기사: 동물 수입·판매업 허가제로 바꾼다… 정부, 동물복지 강화)
먼저 이번 방안에서는 정부가 동물복지 개념을 학대 방지를 넘어 최소한의 삶의 질을 고려하도록 전환하고 이를 정책 방향으로 제시한 점이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는 "정부가 동물복지를 학대 방지가 아닌 동물에게 '좋은 삶'을 살 수 있도록 인식했다는 점이 가장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며 "이는 방안 주요 과제 가운데 반려동물 소유자 돌봄 의무 확대와 동물학대 개념을 상해 질병 유발 여부에서 동물에게 고통을 주는지 여부로 확대한다는 내용에서 드러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만 돌봄 의무대상을 반려동물로 한정한 것은 향후 개선해야 할 사항"이라며 "식용 등 반려 외 목적으로 사육되는 동물의 처우나 보호수준이 열악함을 감안할 때 복지기준이 절실한 동물은 오히려 기준 적용에서 배제됐다"라고 지적했다.
동물자유연대도 "이번 개정안은 동물과 관련된 정책 방향을 단순한 '보호'가 아니라 우리사회 구성원으로서 최소한의 삶의 질을 고려하도록 '복지'로 전환한다는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다"며 "그동안 지속적으로 제기했던 동물의 상업적 이용, 동물학대 대응, 동물보호·관리에 개선을 기대할 만한 것은 긍정적이다"라고 평가했다.
조직 개편을 통해 행정수요가 크게 늘고 있는 동물복지 업무를 전담할 수 있도록 동물복지환경정책관을 신설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는 평가다. 동물자유연대는 "동물복지정책팀이 신설된 지 불과 4년 만에 '과'를 거쳐 '국'으로 확대한 것은 동물복지 정책을 더욱 강하게 추진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면서도 "정책을 수행할 지자체 전담부서 마련과 인력 확충 관련 구체적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동물권행동 카라도 "국 단위의 전담조직 신설로 축산정책국의 동물 이용 정책과 동등한 층위에서 더 강력한 동물보호 정책을 수립・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모든 정책이 현장에서 실현되려면 정부 행정 지자체의 전담 조직과 인력이 확보되어야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어웨어도 "특히 동물 돌봄 의무 제도의 경우 지방자치단체에서 동물 소유자를 대상으로 제도를 홍보·교육하고 이행 여부를 관리·감독할 수 있는 집행력 확보 없이는 시행이 어렵다"며 "동물복지 인력 확충은 필수적"이라고 전했다.
어웨어는 "동물복지 정책 도입에서 고려해야 할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농장동물임에도 대부분의 내용이 반려동물 보호에 치중돼 농장동물 복지 강화 계획은 상대적으로 적다"고 지적했다. 이어 "동물복지축산농장으로의 전환을 위한 실질적인 유인책은 담겨 있지 않다"며 "대부분의 동물이 사육되는 일반 농장의 동물복지 향상을 위한 계획이 포함되지 않은 것은 보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동물자유연대도 "일반 농가를 동물복지농장으로 전환하기 위한 유인과 지원책은 부족해 보인다"며 "축산에 보편적 동물복지기준을 마련하는 과제 역시 누락되어 있다"고 비판했다. 카라도 "농장동물의 복지 강화가 시급함에도 반려동물 복지정책보다 항상 후 순위에 놓여 있는 한계가 아쉽다"고 했다.
실험동물 관련해서도 관련 대책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비글구조네트워크는 "전반적으로 동물보호법이 업그레이드됐지만 실험동물 분야 개편은 거의 없다"며 "검역탐지견으로 일하다 실험동물로 쓰이던 중 사망한 복제견 '메이' 사건 이후에도 실질적으로 실험동물 처우 개선을 위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았다"며 아쉬워했다.
카라도 "동물복지윤리위원회에 실험 중지 요청 권한을 부여하고, 공동 동물실험윤리위원회 설치를 통한 심의 원활화를 도모하는 정책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불필요한 미성년자 동물 해부실습 금지를 위한 추가적인 정책 마련 조치가 이행되고 있지 않은 아쉬움이 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