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진자가 지난달 말 감소세(주간 확진자 증가세 7주 만에 꺾여)를 보였지만 방역당국은 "아직 7차 유행의 정점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일시적인 증감은 있어도 당분간 확산세가 유지된다는 예측이다. 오미크론 하위 변이가 난립했는데 뚜렷한 우세종이 나타나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수렴 진화'의 과정으로 판단했다.
7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지난달 마지막 주(11월 27~12월 3일) 감염재생산지수(Rt)는 1.00으로 10월 셋째 주(1.09) 이후 가장 낮았다. Rt는 확진자 1명이 주변인 몇 명을 감염시키는지 수치화한 지표로 1 이상이면 '유행 확산'을 뜻한다.
이에 일각에서 7차 재유행 정점을 지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지만 이상원 방대본 역학조사분석단장은 "지금을 정점으로 보지 않고 조금 더 증가의 여지가 있다"며 "당분간 느린 증가세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아직 정점이 아닌 이유로는 확진 판정을 받지 않은 다수의 경증 환자, 인플루엔자(독감) 등 여러 호흡기질환이 증가하는 겨울이란 계절적 요인, 낮은 개량백신(2가 백신) 접종률 등을 들었다. 다만 확진자 증가 속도와 규모는 올해 초 5차 유행과 여름철 6차 유행에는 미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감염 양상은 면역 수준에 따라 달라지는데, 백신 접종이나 자연감염으로 많은 국민이 감염 및 중증 방어력을 보유해서다.
7차 유행도 현재까지는 오미크론 하위 변이 BA.5가 주도하고 있다. 이달 3일 기준 BA.5 검출률은 67.8%로 떨어졌지만 여전히 우세종 기준인 50%를 상회했다. 이외에 BA.2.75(일명 켄타우로스) 계열 BN.1이 13.2%로 전주 대비 5.5%포인트 상승했을 뿐 BF.7(2.8%), BQ.1.1(6.0%) 등 나머지 변이는 검출률이 모두 10% 아래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4~6개월에 한 번씩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유행을 이끌었는데 최근 약 1년은 오미크론 계통의 장기 집권이다. 이상원 단장은 "큰 줄기 밑에 조그마한 변이들이 나타나고 있어도 이게 반드시 환자의 증가로 이어지진 않는다"라며 "전문용어로 '수렴 진화'라 하는데, 이전과는 달라진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수렴 진화는 비슷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성질이 유사하게 진화하는 것을 일컫는다.
한편 2가 백신 접종률이 이날 0시 기준 18세 이상 성인 6.9%, 60세 이상 23.2%에 머물자 방역당국은 미국과 영국의 연구 결과도 제시했다. 미국은 2가 백신 추가접종 그룹이 기본 백신만 맞은 그룹보다 감염 예방효과가 28~56% 높았고, 영국의 경우 같은 조건에서 57% 높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백경란 질병청장은 "2가 백신은 현재 선택할 수 있는 모든 코로나19 예방대책 중 가장 효과가 뛰어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