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출근 첫날, '비즈니스 코치'가 나를 도왔다

입력
2022.12.14 11:27
AI 스타트업 딥노이드 방문기 (1회)

편집자주

한국일보 스타트업랩의 인턴기자 H가 신생기업(스타트업)을 찾아갑니다. 취업준비생과 같은 또래인 H가 다양한 스타트업에 들어가 3일 동안 일하며 취준생들의 눈높이에서 살펴본 스타트업들의 땀과 노력, 기대와 희망을 관찰기에 담아 매주 연재합니다.


H가 처음 찾아간 신생기업(스타트업)은 서울 구로동에 위치한 딥노이드입니다. 2008년 최우식 대표가 창업한 딥노이드는 엑스선 촬영,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등 의료영상을 분석해 의사의 진단을 돕는 인공지능(AI)을 개발한 업체입니다.

또 복잡한 프로그래밍을 배우지 않아도 AI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는 노코드 플랫폼 '딥파이'도 개발했습니다. 총 116명의 직원이 일하는 이 업체는 기술력과 성장성을 인정받아 지난해 코스닥에 상장했습니다.

오전 8시 30분부터 9시 30분 사이에 자유롭게 출근하는 유연근무제 덕분에 지하철이 붐비는 시간을 피해 여유있게 출근할 수 있었습니다. H는 딥파이를 개발한 플랫폼 본부에서 3일간 일했습니다.

딥노이드 근무 첫 날 발견한 것은 스타트업에 흔치 않은 '비즈니스 코치'라는 독특한 제도였습니다. 비즈니스 코치는 직원들의 성격과 장점을 파악해 회사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합니다.

딥노이드에 유일한 비즈니스 코치인 정철민 씨는 자신을 '선생님'에 비유했습니다. "부모가 아이들을 아무리 잘 가르쳐도 선생님이 필요하잖아요. 비즈니스 코치는 선생님 같은 존재예요. 직장 상사나 동료들이 어쩔 수 없는 감정적이고 심리적 도움도 제공하죠."

비즈니스 코치는 직원들 각자의 성격과 강점을 진단해 어떻게 업무와 접목시켜 성과 창출을 할 수 있는지 도와줍니다. 지도를 받은 직원들은 업무에 더 몰입할 수 있고 심리적 안정감을 가질 수 있죠.

우리에게 생소하지만 외국 기업들에서는 비즈니스 코치를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애플은 200명의 비즈니스 코치가 있다고 합니다.

국내 기업에서 비즈니스 코치를 찾기 힘든 이유는 대기업들이 연수원 중심으로 직원 교육을 하기 때문입니다. 정 코치에 따르면 직원들이 연수원에서 받은 교육을 현장에 제대로 적용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또 직원들이 회사에서 겪는 불안과 우울을 해소할 마땅한 방법도 없죠.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딥노이드는 비즈니스 코치를 상주시켜 직원들과 팀의 문제를 파악해 해결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각자의 장점을 업무와 연계시켜 성과 창출도 돕죠.

이를 위해 정 코치는 부서별 회의에도 참석합니다. 임원이나 직원들의 회의 모습을 살펴보고 회의가 편향적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하고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방안도 제시합니다.

세 번의 비즈니스 코칭을 받은 옆자리 직원에게 얼마나 도움이 됐는지 슬쩍 물어봤습니다. "우울한 감정이 완화되고 동료들과 관계가 좋아졌어요. 그만큼 일에 집중할 수 있어 업무 생산성도 올라갔죠."

업무 성과 때문에 고민이 많았던 다른 직원도 정 코치의 도움을 받고 문제를 해결했답니다. 정 코치는 "90일 단위로 목표를 설정해 단기 목표 달성에 집중해 보라"는 조언을 했고, 해당 직원이 줄어든 기간만큼 목표량을 줄이며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답니다.

대기업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비즈니스 코치를 스타트업에서 고용한 것은 최 대표의 신념 덕분입니다. "직원들의 만족감이 회사 발전에 가장 중요한 요소죠. 이를 위해 사내에 비즈니스 코치를 두고 직원들의 안정과 발전을 돕기로 했죠. 이것이 결국 회사 발전으로 이어져요."

스타트업랩 H(박세인 인턴기자,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최연진 IT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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