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공해에 대한 국제적 우려가 날로 커지는 가운데 세계인 4명 중 3명은 국제협약 마련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인들도 국제평균이 넘는 10명 중 8명이 불필요한 플라스틱 사용 금지가 필요하다고 보지만, 국제규약 필요성이나 위반 시 제재에 대한 공감도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6일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입소스(Ipsos)는 플라스틱 없는 재단(Plastic Free Foundation)·WWF와 공동으로 올해 9월 말부터 10월 초까지 한국 일본 중국 등 34개국 성인 2만3,029명을 상대로 진행한 '일회용 플라스틱에 대한 태도' 설문 결과를 공개했다. 이달 초 플라스틱 오염에 관한 구속력 있는 국제협약을 만들기 위한 제1차 정부간협상위 회의(INC-1)가 우루과이에서 개최됐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조사 결과 세계인 75%는 '불필요한 일회용 플라스틱을 금지하는 글로벌 규칙'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대륙별로는 최근 플라스틱 해양오염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라틴아메리카가 가장 높은 지지율(81%)을 보였고 유럽(75%), 아시아태평양(74%)이 뒤를 이었다. 국가별로도 1위 멕시코(87%)를 포함해 콜롬비아(85%), 페루, 칠레(모두 82%) 등 라틴아메리카국들에서 불필요한 플라스틱을 금지하는 글로벌 규칙에 대한 지지도가 가장 높았고 한국(82%·5위)과 중국(81%·6위)도 상위권에 위치했다. 가장 지지도가 낮은 국가는 54%에 그친 일본이었고, 이스라엘(60%), 스웨덴, 미국(모두 63%) 순이었다.
또한 34개국 응답자 77%는 '쉽게 재활용할 수 없는 플라스틱 유형의 사용에 대해서도 금지'하기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에도 대륙별로 라틴아메리카가 재활용할 수 없는 플라스틱 규제에 대해 84%가 '매우 중요하다' 또는 '중요하다'고 답해 가장 지지율이 높았고(84%) 국가별로도 콜롬비아(88%) 페루(87%) 아르헨티나(85%) 등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이 최상위권을 차지했다. 한국도 83%로 일곱 번째로 재활용할 수 없는 플라스틱 규제에 대한 지지율이 높았다. 반면 북미(71%)와 G7 국가(72%), 일본(53%) 스웨덴과 이스라엘(모두 69%)은 평균 이하였다.
하지만 한국은 국제규칙의 필요성이나 위반 시의 통제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공감도가 낮았다. '플라스틱 오염에 대한 국제규칙의 필요성'을 묻는 항목에서 전 세계인 70%가 지지했지만, 한국인은 65%만이 필요하다고 답해 25위를 기록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국제규칙이 필요하며, 위반에 대한 통제가 필요하다'는 응답(48%)에 비해 '국제규칙이 필요하며, 위반에 대한 통제는 불요하다(17%)' '정부들이 국제조약 참여를 자발적으로 결정하게 해야 한다(24%)' '모르겠다(17%)' 등 규약의 강제력에 관해 다소 유보적인 응답의 비율이 높았다.
특히 '제조업체나 소매업체가 플라스틱 포장을 줄이고 재사용하며 재활용하도록 책임을 지게 한다'는 항목에서는 '매우 중요하다'는 응답률이 26%에 머물러, 폴란드(26%), 일본(13%)과 함께 최하위에 그쳤다. 쓰레기 처리 체계에 대해 연구하는 사회학자 소준철 박사는 "한국은 문제 인식의 수준은 높지만, 각종 일회용 규제정책이 후퇴를 거듭하는 등 법적 제재에 대한 고민은 그리 높지 않다는 점을 반영한 결과"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