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예금금리에 이어 대출금리 인상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예금금리 인상이 주춤한 상황에서 은행이 대출금리를 추가로 올려 예대마진(대출이자 수익-예금이자 지출)을 확대하는 행위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경고 차원이다.
4일 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시중은행·저축은행 등 대출 상품 취급 금융회사들의 금리 변동 추이를 주 단위로 모니터링하기로 했다. 금감원은 통상 금융권 금리 변동 추이를 월간 단위로 살펴왔지만, 앞으로 대상·주기 등을 더 세분화해 면밀히 살펴볼 계획이다.
목적은 과도한 대출금리 인상 자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치솟던 예금금리가 다소 안정세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이 시점에 은행이 대출금리를 올리면 예대마진이 커지게 된다"며 "대출금리를 올렸다면 그 이유가 타당한지 살펴볼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금융당국은 은행 예금 '쏠림'·대출금리 인상 부작용 등을 우려하며 은행권에 과도한 예금금리 인상 경쟁 자제를 요청한 바 있다.
실제 은행권 예대금리차는 8년 만에 최대치로 벌어진 상황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0월 기준 예대금리차(잔액기준)는 2.46%포인트로, 2014년 8월(2.47%포인트)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간 기준금리 인상으로 예금금리가 오르긴 했지만 대출금리가 더 올랐다는 얘기다. 게다가 최근 당국의 수신금리 인상 자제령에 5%를 돌파했던 정기예금 금리가 다시 4%대로 내려오면서 대출금리만 오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시중은행 사이에선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레고랜드발 자금경색 위기가 터지면서 주요 금융지주가 연말까지 95조 원 규모의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내놓고 채권시장 혼란을 막기 위해 은행채 발행까지 자제했는데, 당국의 개입이 과도하다는 것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위기 때마다 은행은 곳간을 풀어 정부에 협조해 왔는데 대출금리 인상을 자제하라니 당황스럽다"며 "대출금리는 은행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사항"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