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를 수사 중인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2일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다. 특수본에 입건된 최고위직 경찰이다. 전날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총경) 등 경찰 간부 4명의 구속영장을 신청하면서 현장 실무자 수사를 어느 정도 마무리한 특수본의 칼끝이 책임 소재 ‘윗선’을 겨냥하기 시작한 신호로 해석된다. 실제 특수본은 다음 타깃으로 재난 관리의 꼭짓점에 있는 행정안전부와 서울시를 지목했다.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가 적용된 김 서울청장의 과실은 크게 두 갈래다. 먼저 그는 서울 전역에 기동대를 파견할 권한이 있는데도, 10월 29일 참사 당일 이태원에 기동대 인력을 전혀 배치하지 않았다. 당일 서울 도심에서 열린 21건 집회ㆍ시위에는 70개 기동대(4,000여 명)가 동원됐다. 김 서울청장은 “용산서가 기동대 요청을 하지 않아 사고 위험을 예견하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특수본도 이 총경의 기동대 요청 주장은 사실무근으로 결론 내린 상태다.
하지만 특수본은 김 서울청장이 사고 위험성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고 판단한다. 용산서가 참사 사흘 전 서울청 112상황실에 제출한 핼러윈 기간 ‘경력 증원 필요’ 보고서를 김 서울청장도 봤기 때문이다. 실제 그는 이틀 후 내부 회의에서 서울청 경비부장에게 전화로 병력 여유가 있는지 문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결과적으로 인파 운집 위험을 예견했지만, 기동대 배치 등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게 특수본의 입장이다.
김 서울청장의 사후 조치도 쟁점이다. 그는 사고 발생 1시간 21분이 지난 오후 11시 36분 참사 사실을 처음 알았다. 이미 대규모 인명 피해가 난 뒤였다. 현장에는 다음 날 오전 0시 25분 도착했다. 특수본은 이날 김 서울청장을 상대로 △최초 참사 인지 시점 △이동 과정에서 내린 조치 등을 집중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본 관계자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고 말해 윤희근 경찰청장으로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을 내비쳤다.
특수본은 이날 경찰 지휘부를 너머 행안부ㆍ서울시도 조준했다. 김동욱 특수본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1차 신병처리가 끝나면 행안부와 서울시 수사도 본격적으로 시작하겠다”고 공언했다. 지금까지 특수본이 피의자로 입건한 현장 실무자ㆍ책임자는 17명. 경찰 간부 4명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한 만큼, 조만간 타 기관 주요 피의자들의 신병도 확보할 가능성이 크다. 최성범 용산소방서장,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최우선 대상이다. 일선 수사를 끝내면 상급기관 수사는 내주부터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바닥은 이미 다졌다. 특수본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수사 개시 여부를 통보하기 전까지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된 이상민 행안부 장관 수사를 자체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 17일 행안부, 서울시, 서울시 자치경찰위원회 관련 장소 22곳을 일제히 압수수색해 확보한 재난안전대책 문건 등도 분석 작업이 한창이다.
한편, 경찰청 특별감찰팀은 이날 참사 당일 일부 112신고 조치가 조작됐다고 밝혔다. 당일 오후 6시 34분부터 오후 10시 11분까지 압사 위험을 알리는 112신고 11건 중 일부가 신고자와 통화한 사실이 없거나 현장에 출동하지 않고도 상담 혹은 출동한 것처럼 시스템에 입력됐다는 것이다. 특감팀은 이태원파출소 팀장 2명을 특수본에 수사 의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