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벌써 심야할증이 붙네요.”
1일 오후 11시 서울 성동구 왕십리역. 야근을 하거나 술자리를 늦게 마친 시민들이 택시를 잡기 위해 역사 인근 여기저기서 손짓을 했다. 전날만 해도 택시 호출 애플리케이션(앱)을 눈이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겠지만, 이날은 대다수가 어렵지 않게 택시에 탑승했다.
다만 택시 잡기를 주저하는 시민들도 더러 눈에 띄었다. 이날 오후 10시부터 서울 택시요금 심야할증 폭이 확대된 탓이다. 원래 심야할증은 0시부터 오전 4시까지였지만, 이번 조정으로 중형택시 기준 기본요금이 오후 10∼11시와 오전 2∼4시는 4,600원(20%), 오후 11시∼오전 2시는 5,300원(40%)으로 변경됐다. 직장인 유모(36)씨는 “춥기는 해도 할증료가 너무 비싸 도보로 20~30분 정도 걸리는 답십리 집까지 걸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1982년 이후 40년 만에 개편된 심야할증 체계를 두고 시민들과 택시기사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시민들은 빠른 탑승에 따른 편리보다 인상된 요금을 더 부담스러워했다. 송파구에 사는 한성철(32)씨는 2일 “광화문에서 잠실까지 보통 2만 원이 드는데, 할증 개편 첫날 3만 원 가까이 나왔다”며 “물가가 너무 올라 불가피한 조치겠지만, 서민들에게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택시 기사들은 대체로 할증 요금 인상을 반겼다. 택시기사 이모(72)씨는 “거리두기도 폐지되고 연말을 맞아 회식 자리도 많아지는 만큼 형편이 좀 더 나아질 것 같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서울시에 따르면 인상 첫날 심야시간대(오후 11시~오전 2시) 개인ㆍ법인택시 운행대수는 2만3,649대로 1주일 전(1만6,553대)과 비교해 42.9%(7,096대) 껑충 뛰었다. 이는 앞선 ‘택시부제 폐지’ 효과보다 큰 것이다. 시는 지난달 10일부터 일종의 개인택시 강제 휴무제인 택시부제를 45년 만에 폐지했다. 당시 주말을 뺀 첫 닷새간 심야택시는 하루 1만700~1만6,000대로 운행돼 하루 평균 545대 늘어나는 데 그쳤다. 서울시 관계자는 “최근 월드컵 여파로 늦은 귀가가 많아졌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심야할증 요금 및 시간대 조정의 파급 효과는 분명히 있다”고 설명했다.
심야시간 택시 운행 증가는 개인택시가 주도했다. 개인택시 운행대수는 1만6,195대로 1주일 전 대비 60.6%(6,112대) 급증했다. 반면 법인택시 운행대수 증가율은 15.2%(6,470대)에 그쳤다.
이런 불균형을 감안해 서울시는 택시부족 사태를 근본적으로 해소하려면 법인택시 전액관리제(월급제)를 리스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본다. 전액관리제는 사납금 대신 운송 수입을 모두 회사에 내고 월급을 받는 제도다. 하지만 회사별로 기준 운송 수입금을 정해둔 탓에 ‘변종 사납금제’로 전락해 기사 이탈을 부추겼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