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를 수사 중인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2일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을 피의자로 소환했다. 특수본은 또 주요 피의자의 1차 신병처리가 마무리되는 내주 초 행정안전부와 서울시 수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그간 경찰, 소방 등 현장 실무자 수사에 집중하던 특수본의 칼끝이 경찰 지휘부와 재난 주무부처 등 책임 소재의 ‘윗선’을 겨냥하기 시작한 것이다.
김동욱 특수본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오전 10시부터 김광호 서울청장을 불러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수본은 소환에 앞서 전날 압수물 분석과 관련자 진술 등을 토대로 김 서울청장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했다. 그는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입건된 경찰 최고위직이다. 김 서울청장은 오전 9시 50분쯤 정장 차림에 서류 가방을 들고 마포구 특수본 사무실에 출석하며 “숨김과 보탬 없이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 치안을 총괄하는 책임자로서 참사 전후 대응 조치를 소홀히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지역 기동대 경력 동원 권한을 갖고 있는 김 서울청장은 10월 29일 참사 당일 이태원 일대에 기동대를 전혀 배치하지 않았다. 지난해에는 질서 유지를 위해 3개 기동대 중대를 투입했다.
그는 또 첫 신고 1시간 21분이 지난 오후 11시 36분에서야 위급 상황을 처음 알게 됐다. 특수본은 김 서울청장을 상대로 △기동대를 배치하지 않은 경위 △참사를 처음 인지한 시점 △대응 조치 등을 집중적으로 캐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수본은 재난 대응 컨트롤타워인 행안부와 서울시 수사도 공식화했다. 김 대변인은 “1차 신병처리가 끝나면 행안부와 서울시 수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수본이 경찰ㆍ소방ㆍ행정을 망라해 피의자로 입건한 이만 17명이다. 전날 특수본은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총경)과 박성민 전 서울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경무관) 등 경찰 관계자 4명의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추가 영장 신청도 검토하고 있다. 최성범 용산소방서장, 박희영 용산구청장 등이 거론된다. 다음주 초쯤 ‘일선’의 신병확보 절차를 종료하는 대로 상급기관 수사에 속도를 내겠다는 것이다.
실제 특수본은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된 이상민 행안부 장관 수사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 개시 전까지 자체 진행하고 있다. 공수처는 아직 수사 개시 여부에 관한 공식 답변을 보내오지 않았다. 기초 수사에는 이미 돌입한 상태다. 특수본은 지난달 17일 행안부, 서울시, 서울시 자치경찰위원회 관련 장소 22곳을 일제히 압수수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