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 3세들과 연예인, 사업가, 유학생이 어울려 대마를 상습 흡연하다가 수사기관에 덜미를 잡혔다. 검찰은 부유층 자제들의 마약류 투약 여부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어 '재벌가 대마 스캔들'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수사부(부장 신준호)는 남양유업 창업주 고(故) 홍두영 명예회장의 손자 홍모(40)씨와 가수 안모(40)씨 등 9명을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위반(대마) 혐의로 기소했다고 2일 밝혔다.
홍씨는 올해 10월 액상대마와 대마를 흡연하고, 효성그룹 창업주인 고(故) 조홍제 명예회장의 손자인 조모(39)씨와 JB금융그룹 일가인 사업가 임모(38)씨에게 대마를 판매한 혐의도 받는다. 조씨와 임씨는 홍씨 등에게서 각각 4회와 1회 대마를 구입해 흡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홍씨는 필로폰을 투약해 올해 2월 대법원에서 징역형을 확정받은 황하나씨와 사촌지간이다.
이들의 범행은 대마 재배 등 혐의로 경찰이 송치한 김모(39)씨 사건을 검찰이 보완수사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경찰은 김씨 주거지에서 대마 재배용 텐트 등 재배장비를 발견하고도 압수하거나 마약류 감정 의뢰를 하지 않은 채 검찰로 사건을 보냈다. 검찰은 김씨가 누구에게 대마를 유통하고 알선했는지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보고 추적에 나섰다.
홍씨 등 4명의 범행 정황은 김씨 주거지 압수수색과 송금 내역, 국제우편물 확인 과정에서 포착됐다. 올해 7~10월 3차례 대마를 구입한 대기업 직원 박모(33)씨와 미국 국적 가수인 안씨, 상습 대마 판매자의 존재가 드러난 것이다. 가수 안씨는 주거지에서 전문 재배시설을 갖춰 직접 대마를 재배한 것은 물론, 미성년 자녀들이 머무는 거실에 대마 줄기를 걸어두기도 했다.
검찰은 홍씨가 소지한 액상대마를 추적한 끝에 대마 공급선으로 지목된 미국 국적 사업가 이모(38)씨도 구속했다. 이씨는 국내에서 시판되는 액상담배 카트리지에 주사기를 이용해 액상대마를 주입하는 방식으로 카트리지를 제조하고 판매했다.
검찰은 이들이 해외 유학 시절 대마를 접한 뒤 끊지 못한 채 수년간 지속적으로 흡연해왔다고 밝혔다. 대마는 필로폰 등 중독성이 강한 향정신성 마약에 빠지기 전 단계인 '입문용 마약류'에 해당한다. 대검찰청이 매년 발간하는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대마사범은 2012년 1,042명에서 지난해 3,777명으로 3배 이상 늘었다.
검찰 관계자는 "올 9월 검찰의 직접 수사개시 범죄 대상 관련 시행령에 마약류 유통범죄를 경제범죄 유형으로 편입시키면서 이번 수사가 가능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