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들은 스페인전 승리에 크게 감격하면서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깜짝 놀란 모습이었다. 역전골을 낳은 어시스트가 비디오 판독에서 골라인 안쪽에서 찬 것으로 판정됐을 때는 인터넷에 ‘VAR사마, 감사합니다’라고 쓰며 다행이라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일본은 2일 2022 카타르 월드컵 E조 조별예선에서 우승 후보인 강호 스페인을 2-1로 이기고 조1위로 예선을 통과했다. 강호 독일과 스페인이 있어 ‘죽음의 조’라고 불렸던 E조에서 일본이 두 강호를 잇따라 이긴 데 대해 일본인들은 ‘이게 정말이냐’며 놀라워했다. 특히 전반전 내내 스페인에 끌려 다니다 후반 교체 투입된 선수들이 활약하며 역전을 이끌어내자 더욱 감격에 겨워했다.
한 네티즌은 “역사를 바꾼 경기였다”며 “이 시간에도 깨어서 응원하고 있던 일본인들의 소원이 이루어졌다”고 말했다. 또다른 네티즌은 “일본과 스페인이 1, 2위 통과. 전세계 사람들은 스페인과 독일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정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 1초도 눈을 뗄 수 없었던 두근두근한 경기였다”고 평했다.
일본 시간으로 새벽 4시에 시작한 경기였기 때문에 앞선 독일, 크로아티아전과 달리 대부분 일본인은 거리나 식당 대신 집에서 TV를 보며 응원했다. 경기 직후에 시부야 스크램블에는 기쁨에 넘친 일부 시민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뛰어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평일 이른 아침이었기 때문에 수가 적었고, 경비에 투입된 경찰도 오전 7시쯤 대부분 해산했다. 대신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경기 내내 소통하며 승리의 기쁨을 나눴다.
경기 중엔 역전 골을 터뜨린 다나카 아오키에게 패스된 골이 골라인 안에서 찬 게 맞는지 여부를 두고 논쟁이 있었으나 비디오(VAR) 판독 결과 득점이 인정됐다. 경기 규칙상 공이 골라인이나 터치라인을 완전히 넘었을 때 차면 ‘아웃오브플레이’가 되는데, 판독해보니 라인에 골이 아슬아슬하게 닿아있었던 것으로 판명됐다. 이때 응원하던 일본인들은 소셜미디어에선 ‘VAR 사마’ ‘VAR 사마, 감사합니다’라며 기쁨을 표현했다. 사마(様)는 우리나라에선 ‘님’에 해당하는 존칭이다.
일부 일본인들은 “TV에서 영상으로 봤을 때는 완전히 골라인 밖에서 찬 줄 알았다”며 놀라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실제로 옆에서 촬영한 영상에서는 골라인 밖에서 찬 것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바로 위 공중에서 촬영한 선명한 사진으로는 흰 선에 공이 닿아있었던 것으로 인정됐다. 이에 일본의 한 스포츠 매체는 “1밀리 정도, 종이 한 장의 차이였다”며 “운마저 일본 편이었다”고 보도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이날 오전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승리를 축하했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오전 도쿄 총리관저에서 기자들에게 “저도 아침 일찍부터 관전했지만, 역사적인 승리를 거둔 것에 진심으로 축하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모리야스 감독에게 전화를 걸어 ‘국민이 용기와 기운을 얻었다. 진심으로 승리를 축하한다’고 전했다”며 “모리야스 감독은 ‘일본의 모든 이들에게 용기와 기운을 전할 수 있어 매우 기쁘다’고 대답했다”고 통화 내용을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