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년 '금녀의 벽' 깨진 월드컵... 본선 무대 주·부심 모두 여성

입력
2022.12.02 09:00

92년 월드컵 역사상 최초로 여성 심판이 본선 무대에서 휘슬을 불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2일(한국시간) 카타르 알코르의 알바이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코스타리카와 독일의 2022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E조 3차전에서 주·부심을 모두 여성 심판으로 기용했다. 남자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여성이 주심으로 나선 것, 주·부심 전원이 여성 심판으로 구성된 것 모두 92년 월드컵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이날 주심을 맡은 프랑스 출신 스테파니 프라파르(39)는 이미 최초 기록을 여러 차례 썼다. 프라파르는 지난달 22일 폴란드와 멕시코의 조별리그 C조 1차전에서 대기심을 맡아 남자 월드컵 본선 경기 첫 여성 공식 심판으로 기록됐다. 2011년 프랑스 3부리그, 2014년 프랑스 리그2를 거친 그는 2019년 여성 최초로 프랑스 리그1 심판이 됐다. 실력을 인정 받아 국제축구역사통계연맹(IFFHS) 선정 최우수 여성 심판에 3년 연속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프라파르와 함께 부심으로 나선 여성 심판들은 브라질의 네우자 백(38)과 멕시코의 카렌 디아스(38)였다. 미국 출신 여성 심판 캐스린 네스비트(34)는 같은 경기에서 오프사이드 비디오판독(VAR) 임무를 맡았다. 이들을 포함해 FIFA는 이번 월드컵 본선에서 총 6명의 여성 심판을 기용했다. 프라파르와 야마시타 요시미(36·일본), 살리마 무칸상가(34·르완다) 심판이 주심으로, 백과 디아스, 네스비트가 부심으로 선정됐다.

이날 경기를 치른 코스타리카의 루이스 페르난도 수아레스 감독은 심판 배정 후 "이는 또 다른 진전이다. 매우 성차별적인 스포츠에서 이 여성의 헌신은 많은 것을 말해준다"고 말했다. 독일의 한지 플리크 감독도 "프라파르 심판을 100% 신뢰한다"며 "그간의 퍼포먼스와 업적으로 볼 때 그는 이곳에 설 자격이 충분하다"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월드컵 개막 전 피에를루이지 콜리나(62) FIFA 심판위원장은 “여성 심판들을 이번에 배정하는 것은 그들이 지금까지 보여준 노력을 인정한다는 뜻”이라며 "앞으로 주요 대회에 여성 심판을 기용하는 것이 놀라운 일이 아니라, 일반적으로 인식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정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