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하루 평균 수면 시간은 7시간 49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수면 시간 8시간 22분) 중 꼴찌입니다. "지금 잠을 자면 꿈을 꾸지만, 지금 공부를 하면 꿈을 이룬다"라는 문장이 익숙한 곳이니, '잠이 제일 부족한 나라'라는 말 역시 어색하지 않을지 모릅니다. 덜 자고, 더 바삐 일하는 사회, 문제는 없을까요? 오늘의 h알파는 한국인의 잠입니다.
영국 BBC방송은 지난 4월 한국인이 잠을 못 자는 이유에 대해 이런 분석을 내놨어요. 천연 자원이 부족하다 보니, 모두가 더 나은 삶을 위해 열심히 살게 됐다는 거죠.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수준의 수면 부족을 감내할 만큼요. 요즘은 '보복성 취침 미루기'도 수면 부족에 일조하고 있습니다. 일이나 직장에 뺏겼던 삶의 주도권이 나에게 있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잠이 들어야 할 늦은 시각에도 잠을 자지 않는 행태를 일컫는 용어입니다.
'열심히 사는 건 나쁜 게 아니잖아?' 물론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적정한 수면 시간을 채우지 못하면 우리 삶의 질은 급격히 하락합니다. 지난해 불면증 진단을 받은 사람이 약 67만명이었습니다.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0~9세 어린이 불면증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고요. 충분하지 않은 수면은 심혈관 질환·고혈압·비만 등 건강 문제와 직결되고, 결국은 수명을 갉아먹게 됩니다.
불면증이 늘다보니 잠을 잘 자게 하는 수면보조제나, 숙면 유도 제품 판매량이 늘고 있어요. '수면 경제'라는 의미의 '슬리포노믹스'(Sleep+Economics)라는 단어도 생겨났는데요. 국내 슬리포노믹스 시장 규모가 10년 전 4,800억 원 수준에서 현재 3조원 수준으로 성장했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이 말은 즉, 우리는 이제 돈으로 잠을 사야 하는 사회를 살고 있다는 뜻은 아닐까요?
이미 미국의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수면부족을 공중보건 전염병으로 분류했습니다. 수면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함께 풀어가야 할 과제로 본 것이죠. 살아남기 위해서 잘 수 없지만, 살기 위해서 자야 하는 나라. 에너지드링크와 수면보조제가 동시에 잘 팔리는 나라, 한국. 여러분에게 잠이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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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 안재용 / 구성 제선영 / 진행·취재 양진하 / 촬영 안재용·김용식 / 영상편집 안재용 / CG 한금조 / 인턴PD 이상찬·김예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