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미국 주도의 글로벌 긴축이 본격화한 올해, 투자 인생 최대의 '쓴맛'을 본 사람이 적지 않았습니다. 내년에도 불확실성은 큽니다. 미국이 언제 금리 인상을 멈출지를 두고 전망이 분분하고, 러시아가 일으킨 전쟁의 여파도 여전히 세계 경제를 압박하고 있습니다.
심기일전해 내년을 대비해야 합니다. 주요 5대 은행(신한·KB국민·하나·우리·NH농협)을 대표하는 자산관리 전문가에게 강력 추천하는 2023년 재테크 전략을 물어봤습니다. 가용 자금은 5,000만 원, 비교적 안정적 투자 성향을 가진 40대 근로소득자 A씨를 가정했습니다. 매일같이 돈의 흐름을 지켜보고 있는 자산관리 전문가들이 제안하는 '알짜 포트폴리오'를 참고해 2023년을 차근차근 준비해 보면 어떨까요?
'금리는 과연 정점에 이르렀을까'. 전문가 사이에서도 의견이 다소 갈립니다. 하지만 내년 금리는 올해처럼 가파르게 상승하지 않을 거라고 보는 전문가가 많습니다. 지금보다 방망이를 조금 길게 잡고 전략을 짜는 게 유리하다는 조언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송재원 신한은행 PWM서초센터 PB팀장(이하 신한 송 팀장)은 "확정금리 상품은 이제 단기보다 중단기로 운용할 때가 왔다"고 말합니다. 8%를 웃돌던 미국 물가가 10월 7%대로 내리며 정점을 찍은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내년엔 금리가 큰 폭으로 오를 가능성이 확률적으로 낮아졌다고 설명합니다. 송 팀장은 "2년 이상의 우량 회사채(△공사채 △카드채 △금융지주사채권 등) 비중을 포트폴리오의 30%(100% 기준)가량 가져갈 것을 추천한다"며 "중단기로 운용하면서 금리가 내리면 중간에 매도해 매도 차익까지 챙길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정성진 KB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 부센터장(국민 정 부센터장) 역시 "향후 금리 인하 가능성이 열려 있는 만큼, 정기예금도 1년 정도의 장기로 운용하는 걸 추천한다"고 했습니다. 다만 1년 후 금리가 낮아져 있는 상황에 대비해 "원금 손실 가능성이 낮은 금융기관 발행 신종자본증권 등 1년 이상의 채권을 포트폴리오에 일부 편입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합니다.
김아영 NH농협은행 WM전문위원(농협 김 위원)은 확정금리저축보험에 꽤 높은 비중(40%)을 뒀습니다. "향후 경기 둔화 성격의 금리 하락 가능성을 고려할 때, 현재의 고금리를 5년 동안 받을 수 있다"는 것이죠.
반면 추가적 금리 인상에 대비해 계속해서 방망이를 짧게 쥘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나왔는데요. 양승현 하나은행 압구정금융센터지점 VIP PB팀장(하나 양 팀장)은 "미국과 금리 차가 여전히 커 한국은행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1년 이상 상품으로 확정하기보다, 3~6개월 단기로 자금을 운용하면서 추가 금리 인상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3~6개월 사이 단기예금 및 단기채권에 70%라는 높은 비중을 뒀습니다. 하나 양 팀장은 "A씨의 안정적인 투자 성향을 고려해 단기채권 중에선 원금보장 기타파생결합사채(DLB·3개월)나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6개월)를 추천한다"고 했습니다.
올해 투자자들은 국내외 주식에서 큰 손실을 봤습니다. 전문가들은 주가가 고점 대비 크게 하락한 상황인 만큼, 내년엔 주식형 상품에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서상원 우리은행 자산관리컨설팅센터 팀장(우리 서 팀장)은 정기예금(30%)과 채권(40%)에 이어 주식에 25% 비중을 두고 자산을 운용해 볼 것을 권했습니다. 서 팀장은 "가치주와 배당주 중심의 안정적 투자를 하되, 하반기 점진적으로 성장주 비중을 확대해 볼 것"을 추천합니다.
신한 송 팀장은 "내년 국내와 미국을 중심으로 주식형펀드 비중을 30%로 가져가 보길" 권했는데요. 올해 내내 조정을 거치며 주식시장이 저평가 영역에 진입한 데다, 사람들이 투자를 꺼리는 어려운 장세에서 투자를 하는 게 확률상 높은 수익을 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죠. 그러면서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만 해도 2년 가까이 주가가 하락해 왔다"며 "주식시장은 악재가 사라져서 회복되는 게 아니라 악재가 시장에 다 알려지면 회복되는데, 내년엔 상승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예상했습니다.
다만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큰 만큼, 투자의 기본인 '분할매수 전략'은 잊지 말아야겠죠. 하나 양 팀장은 "주가가 고점 대비 20~30%씩 하락한 상황에서 분할매수를 통한 상장지수펀드(ETF)와 주가연계신탁(ELT) 같은 주식형 상품을 20% 정도 담는 것을 추천한다"고 합니다. ELT는 증권사의 주가연계증권(ELS) 상품과 동일한 구조로, 추종하는 기초자산 가격이 정해진 조건 밑으로 떨어지지 않으면 약정된 이율을 제공하는 금융투자 상품입니다.
내년 유망한 투자처를 꼽아 달라는 질문에 전문가들은 다양한 의견을 내놨습니다. 글로벌 경기가 본격적으로 꺾일 가능성이 크고, 중국의 불안정한 대내외 상황도 이어질 수 있어 보수적 접근을 추천하는 목소리가 많았습니다.
우리 서 팀장은 미국 국채를 유망 투자처로 내다봅니다. 강도 높은 긴축에 고공행진해 온 금리가 경기 침체 확률을 높일 것이라는 예상 때문인데, 이에 채권 중에서도 미국 국채 투자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국민 정 부센터장은 "장기적으로 금리 인하를 예상하는 투자자라면 20년물 정도의 장기국채 유통물(가령 2019년 저금리 당시 발행물)에 대한 분할 투자가 유망해 보인다"고 합니다. 다만 예상과 달리 금리 인상이 지속될 경우엔 채권값이 하락하는 만큼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정 부센터장은 "주식의 경우 선진국지수에 투자하는 ETF 등을 분할매수해 목표 수익률에 도달하면 전부 환매하고 다시 분할 투자하는 방식이 좋다"고 조언했습니다.
눈높이(목표 수익률)를 낮출 필요가 있다는 현실적 조언도 있습니다. 농협 김 위원은 "연준의 긴축 속도 조절 가능성이 있지만, 긴축 자체는 장기화할 수 있어 높은 수익보다 안전판에 무게를 두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합니다. 그러면서 "경기 둔화와 전반적 기업 이익 감소에도 불구하고, 실적 확대가 확인된 저평가 가치주를 담은 ETF 등이 주목받을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올해 1,500원을 뚫을 기세였던 원·달러 환율이 어느새 1,200~1,300원 대로 내린 만큼, 달러 투자는 신중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하나 양 팀장은 "올해 급등했던 달러나 원자재 종목은 피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대신 "올해 유독 하락폭이 컸던 코스피를 눈여겨보자"며 "투자 방법은 철저한 분할매수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