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어깨 두드려야 할 사람이 누굽니까"… 참사 유족의 절규

입력
2022.12.01 16:06
8면
유족들 "진짜 책임자 수사하라" 기자회견
"이상민 행안장관 파면해야" "정부의 패륜"

“당신(윤석열 대통령)은 행정안전부 장관(이상민)의 어깨를 두드리기보다 유족의 어깨를 토닥였어야 합니다.”

‘이태원 참사’로 세상을 떠난 배우 이지한씨 어머니 조미은씨의 외침이다. 윤 대통령이 지난달 동남아시아 순방에 나설 때 정부 안팎의 사퇴 요구에 직면한 이 장관을 격려하면서 사실상 유임 의지를 표한 것을 겨냥한 말이다.

참사 유족들이 1일 서울 마포구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 앞에 섰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참여연대가 “진짜 책임자를 수사하라”며 연 기자회견에 ‘10ㆍ29 이태원 참사 유가족 모임(가칭)’ 소속 유족 15명도 참석했다. 이들은 곁가지로 흐르는 특수본 수사를 비판하면서, 재난ㆍ안전관리 주무부처 수장인 이 장관의 파면을 요구했다.

조씨는 “참사 당일 출동한 실무자부터 한덕수 국무총리에 이르기까지 성역 없이 수사하고, 특히 이 장관은 파면을 원한다”며 “파면을 해야 제대로 조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곁에 있던 다른 유족은 “파면하라”고 외치기도 했다. 조씨는 박희영 용산구청장과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총경)은 “살인죄를 적용해 구속 수사하라”고 했다.

참사 후 시신 수습과 안내 등 정부의 미흡한 대처에도 성토가 쏟아졌다. 조씨는 참사 당일 이미 사망해 심폐소생술(CPR)이 필요가 없다는 의미의 ‘N’자가 가슴에 적힌 78번 희생자 사례를 언급하면서 “휴대폰과 신분증이 있었는데도 위치가 알려지지 않아 이태원에서 경기 안양 병원까지 10시간을 헤맨 끝에 아이를 찾을 수 있었다. 이게 말이 되느냐”고 일갈했다. “이런 게 정부가 저지른 패륜 아니면 무엇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민변과 참여연대는 이날 특수본에 이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수사촉구서를 제출했다. 참여연대 정책자문위원장인 김남근 변호사는 “특수본은 실무자의 작은 과실은 적극 수사하면서 사전 안전 대책을 세우지 않은 책임자들은 아예 수사 대상에도 올려놓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유족들은 이 장관 등이 대규모 인파가 모일 것을 알고도 사전 조치는 물론, 사고 당일에도 적절한 구호를 하지 않았다며 업무상과실치사상 및 직무유기 혐의 적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도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