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재(26·나폴리)가 가나와의 경기 중 실점을 자책했다고 KBS 해설위원인 구자철(33·제주)이 밝혔다. 김민재는 구자철에게 가나가 득점한 세 번째 골이 "제 위치가 잘못됐기 때문에 골을 먹은 게 아니냐"며 냉정하게 판단해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우루과이와 경기에서 종아리 부상을 입고도 출전을 강행한 김민재를 비롯해 한국 대표팀 선수들이 얼마나 큰 부담감을 안고 경기에 임하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구자철은 지난달 30일 유튜브 채널 이스타TVxKBS에 출연해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2차전 한국과 가나의 경기를 분석하던 중 이날 오전 김민재에게 받은 문자메시지 내용을 공개했다. 구자철은 "(김)민재한테 오늘 오전에 문자를 받았다. 냉정하게 얘기를 해줬으면 좋겠다는 거다"며 이야기를 꺼냈다. 김민재는 "세 번째 실점에서 제 위치가 잘못됐기 때문에 골 먹은 것 아니냐. 냉정하게 얘기해 달라"고 물었다고 한다. 구자철은 "너무 슬프지 않나"라고 되물었다. 실점을 자책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안타깝다는 얘기다.
한국은 지난달 28일(한국시간) 가나와 경기에서 0-2로 뒤지며 전반전을 마쳤다. 후반 교체 투입된 이강인(21·마요르카)은 그라운드에 들어오자마자 1분여 만에 크로스를 올렸고 조규성(24·전북)이 헤더골로 마무리하며 추격의 불씨를 댕겼다. 이후 김진수(30·전북)의 도움으로 조규성이 연이어 헤더골을 넣으며 2-2 동점을 만들었다.
하지만 어렵게 이룬 동점 상황은 가나의 모하메드 쿠두스(20·아약스)의 추가골로 깨졌다. 골이 만들어진 과정은 그야말로 운이 좋았다. 기디언 멘사(24·옥세르)가 왼쪽 측면에서 낮게 깔아 찬 공을 정면에 있던 이냐키 윌리엄스(28·아틀레틱 빌바오)가 헛발질해 오른쪽으로 흘렀고, 페널티 박스 안에 있던 쿠두스가 놓치지 않고 왼발로 감아 차 한국의 골망을 흔들었다.
김민재는 이 과정에서 자신이 윌리엄스에게 가는 공을 막아내지 못한 것을 자책하고 있는 듯하다. 구자철은 "윌리엄스가 슈팅하려고 했을 때 네가 바로 반응했고, 윌리엄스가 슈팅했으면 네 몸에 (공이) 맞고 나갈 수 있는 장면이었다"고 김민재에게 설명했다고 한다.
그러나 구자철은 "한 장면을 뽑아서 그 장면으로만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는 "이 장면이 왜 나왔느냐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현재 대표팀 선수들이 정신적으로 상당히 힘들어하고 있다고 전했다. 구자철은 "지금 선수들이 충격이 너무 크다. 정상적인 컨디션, 정상적인 멘털로 포르투갈전에 나갈 수 있나"며 "불가능에 가깝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그렇다고 안 할 거냐, 안 이길 거냐, 이겨내야 하는 거다. 선수들이 해야 하는 숙명인 것"이라고 말했다.
구자철은 국민들이 선수들에게 응원을 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가 얘기하지 않아도 선수들은 그렇게 할 것"이라며 "만약에 선수들이 열심히 안 한다면 문책을 줄 수 있겠지만, 지금과 같이 최선을 다했을 때는 우리가 끊임없이 지지해주고 같이 싸워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한국은 3일 0시(한국시간) 포르투갈과의 마지막 3차전을 앞두고 있다. 16강에 진출하려면 일단 포르투갈을 무조건 꺾어야 하는 운명에 놓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