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분간 버티다 '119' 버튼 눌렀는데... 참사 신고자 두 명 끝내 숨져

입력
2022.12.01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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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일 오후 10시 42분, 11시 1분 '말없는' 신고 
특수본, 소방 구조 골든타임 놓친 근거 판단 
"용산서장 '11시까지 참사 몰라' 주장은 허위"

‘이태원 참사’ 당일 소방당국에 구조를 요청한 신고자 중 2명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이 119에 신고한 시간은 각각 오후 10시 42분, 11시 1분이었다. 최초 압사 신고(오후 10시 15분)가 접수된 후 최대 46분간 구조를 기다리며 살아 있었던 셈이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이를 소방당국이 초동 대응에 실패한 중요 단서로 보고 있다.

첫 신고 46분 후 신고자 사망... '골든타임' 놓쳤나

30일 특수본에 따르면, 10월 29일 오후 10시 15분 최초 신고 뒤 다음 날 0시 56분까지 서울종합방재센터 119종합상황실에 접수된 구조요청 신고는 총 100건(무응답 포함)이었다. 이 중 오후 10시 42분, 11시 1분 신고자 2명이 숨졌다고 특수본은 밝혔다. 신고자 휴대폰 명의와 사망자 명단 등을 대조한 결과다. 두 사람 모두 신고 당시 “119입니다”라는 상황접수요원의 말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다가 숨을 거둔 것으로 전해졌다.

김동욱 특수본 대변인은 신고자 사망과 관련, “첫 신고 뒤 지속적으로 사망자를 줄이거나 부상자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특수본이 잠정 결론 내린 구조 골든타임은 오후 11시. 첫 압사 신고 후 45분 동안 소방당국의 구조 조치가 제대로 이뤄졌다면 두 사망자를 살릴 수도 있었다는 얘기다. 김 대변인은 “소방당국 구조활동이 적절했는지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특수본은 참사 현장 지휘책임자 이모 서울 용산소방서 현장지휘팀장을 두 차례 소환하는 등 소방당국을 겨냥해 수사 강도를 부쩍 높이고 있다. 그는 이미 수십 명의 심정지 환자가 나온 오후 11시 “곧 상황이 종료될 것”이라고 오판하는 등 구호조치에 실패한 혐의(업무상과실치사상)를 받고 있다. 당일 오후 11시 8분 지휘권을 넘겨받은 최성범 용산소방서장 역시 ‘대응 2단계’를 늦게 발령해 인명 피해를 키운 혐의로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특수본은 최 서장의 구속영장 신청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본 "용산서장, 오후 11시 전 참사 알았다"

특수본은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총경)도 최초 사고 인지 시점을 허위 진술했다고 사실상 결론 내렸다. 김 대변인은 “이 총경은 오후 11시 이전에 참사 상황을 인식할 수 있었다”고 단언했다. 용산서 112 무전기록에는 그가 당일 오후 10시 36분 “이태원(으로) 형사1팀부터 여타 교통경찰관까지 전부 보내라”고 지시한 내용이 적시돼 있다. 줄곧 “오후 11시에서야 사고를 알게 됐다”는 이 총경의 그간 주장과 정면 배치된다.

그는 “무전 지시 때도 자세한 상황은 몰랐다”고 거듭 주장했지만, 특수본은 통화내역, 참고인 진술 등을 감안할 때 사고의 심각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고 판단했다. 이 총경은 지시 직전인 오후 10시 32분 송모 당시 용산서 112상황실장과도 통화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렇게 되면 부실 대응의 책임을 물어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 입증이 가능하다.

박준석 기자
김도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