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대는 1946년 설립된 국내 최초 민립대학이다. 당시 광주·전남 지역민 7만2,000여 명이 쌀값 두 말에 해당하는 100원짜리 설립동지회원권을 사는 등 대학 설립에 힘을 보탰다. "민족 국가 수립에 기여할 지역 사회의 인재를 양성한다"는 설립 이념에 맞게 교명엔 '해 뜨는 아침'이라는 의미가 담겼다.
그러나 부침의 역사도 적지 않았다. 대표적인 게 조선대 사태다. 이는 조선대를 사유화한 박철웅 전 총장(1999년 사망) 일가를 퇴출시킨 학내 민주화 투쟁이다. 이를 통해 대학 설립 당시 설립동지회 회장이었던 박 전 총장이 자신의 지위를 1982년 대학 정관을 몰래 고쳐 설립자로 변경한 사실이 드러났다. 또 부정 편입학 등으로 수십억 원을 착복하는 등 각종 비리를 저질렀다. 학생들은 113일간 장기 농성을 통해 1988년 박 전 총장 일가를 쫓아냈다. 이렇게 조선대 흑역사가 끝나는 듯했지만 대학은 이후 30년간 임시(관선) 이사와 정이사 체제를 오가며 심한 내홍을 반복했다. 이 때문에 조선대 안팎으로부터 "주인 없는 대학"이라는 오명을 들어야 했다. 옛 경영진으로 일컫는 박 전 총장 일가의 대학 복귀 시도도 끊이지 않았다.
그랬던 조선대가 최근 옛 경영진이 이사장으로 취임하지 못하도록 정관을 바꿨다. 조선대는 95번째 정관 개정을 통해 설립자라고 주장하는 사람 및 친인척이 이사장으로 취임하는 것을 제한했다. '설립자라고 주장하는 사람 및 친인척'은 옛 경영진을 뜻하는데, 이들이 향후 이사장으로 취임하는 걸 금지했다는 얘기다. 조선대는 또 정관(제1조 목적)에 '7만2,000여 설립동지회원들의 뜻을 이어받는다'는 문구를 명시하며 민립대학으로서 정체성을 분명히 했다. 조선대는 그러면서 법인 이사의 중임(重任) 횟수도 2회로 제한했다. 이사회의 조선대 사유화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조선대가 옛 경영진의 이사장 취임을 막겠다고 했지만 뜻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이사장 취임 '제한'이라는 표현을 '금지'와 같은 뜻으로 해석할 수 있느냐는 일각의 지적이 있어서다. 실제 정관 개정 논의 당시 이런 우려도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조선대는 "이사장 취임 제한은 취임 금지를 뜻한다"고 했다. 조선대 사학혁신지원사업단 관계자는 "그간 교육부 사학혁신지원사업의 핵심 과제로 정관 개정을 추진해 왔다"며 "이번 정관 개정을 통해 학교법인의 공공성과 민주성이 강화돼 조선대가 지역 사회와 함께하는 공영형 사립대로 전환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