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 교역조건이 19개월째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글로벌 경기 둔화가 본격화하면서 주력 품목인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가격은 꺾였는데, 수입가격은 오른 탓이다. 실제 수출금액지수가 2년 만에 하락 전환하는 등 무역전선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3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0월 무역지수 및 교역조건을 보면 지난달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7.4% 하락한 84.74로 19개월 연속 내림세를 이어갔다.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수출 1단위로 수입할 수 있는 상품의 양을 지수화한 것으로, 지수가 낮을수록 교역조건이 악화됐다는 뜻이다.
교역조건이 악화한 건 수입가격(4.3%)은 오른 반면 수출가격(-3.5%)은 내렸기 때문이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금액지수는 1년 전보다 9.8% 올랐다. 제1차금속제품(-21.8%) 등은 감소했지만, 원유 같은 광산품(28.6%)과 컴퓨터·전자 및 광학기기(11.8%) 등을 중심으로 수입금액이 크게 뛰었다.
이에 반해 수출금액지수는 1년 전보다 6.7% 떨어졌다. 2020년 10월(-3.4%) 이후 2년 만의 하락 전환이다. 친환경 자동차를 중심으로 운송장비(19.6%) 수출은 호조를 이어갔지만, 반도체 등 컴퓨터·전자 및 광학기기(-13%), 화학제품(-14.1%) 등의 감소폭이 컸다. 특히 반도체는 우리 수출의 주력 품목이지만 경기 둔화 등과 맞물려 수요가 꺾인 탓에 수출 가격이 내렸다. 수출물량도 전년 동월 대비 3.4% 하락하며 4개월 만에 내렸다. 이 역시 글로벌 경기가 꺾이면서 수요가 줄어든 석탄 및 석유제품(-12.4%) 등의 내림세가 컸던 영향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