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호사협회가 대장동 의혹 '50억 클럽'에 거론된 권순일 전 대법관의 변호사 등록을 사실상 거부하고, 외부 등록심사위원회에 사안을 회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권 전 대법관의 변호사 개업은 당분간 어려워지게 됐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한변협은 지난 28일 90차 상임이사회에서 권 전 대법관을 등록심사위원회로 회부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등록심사위는 외부기관으로, 판사 1명, 검사 1명, 대한변협 추천 변호사 4명, 교수 등 총 9명의 외부위원이 재적 과반수 찬성으로 변호사 등록 여부를 결정한다. 통상 소집부터 결론이 나오기까지 두 달 정도 걸린다.
권 전 대법관은 김만배씨가 운영한 화천대유 고문을 맡으며 월 1,500만 원의 보수를 받아 변호사법을 위반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변호사법은 변호사로 등록하지 않은 이가 법률자문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권 전 대법관이 변호사로 등록하지 않고 화천대유 고문으로 일하며 법률자문을 했다면 변호사법 위반이다. 권 전 대법관은 "사내변호사로 일한 게 아니기 때문에 문제없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권 전 대법관은 김만배씨의 '50억 클럽'에 거론된 6명에도 포함돼 있다.
앞서 대한변협은 권 전 대법관에게 두 차례에 걸쳐 변호사 등록을 자진 철회해 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변호사 등록을 신청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이유에서다. 대한변협은 지난 10일 공문에서 "이런 상황에서 변호사 개업을 한다면 법조계 전체에 대한 국민적 비난이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변협은 권 전 대법관이 자진 철회 요청에 응답하지 않자 사실상 변호사 등록을 거부하기로 결정했다. 권 전 대법관은 현재 자택 주소로 개업 신고를 한 뒤 대한변협 공문에 응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변호사법에 따라 신청일로부터 3개월간 신청 철회나 등록 거부가 이뤄지지 않으면 등록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대한변협 조치로 권 전 대법관의 변호사 등록은 심사 절차가 끝날 때까지 미뤄지게 된다.
변호사법에 따르면 등록심사위는 공무원 재직 중 위법행위로 기소되거나 징계처분을 받으면 변호사 등록 취소를 결정한다. 법조계에선 시간만 지연될 뿐, 권 전 대법관이 결격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