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내 친문재인계 싱크탱크인 민주주의4.0 연구원이 활동을 재개했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본격화하면서 당이 어수선한 가운데 이들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는 시각이 많다. 민주주의4.0 회원들은 '비이재명(비명)계 활동의 신호탄'이라는 관측에 선을 그으면서도 향후 활발한 의견 개진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민주주의4.0은 지난 22, 23일 인천 영종도에서 총회를 열고 문재인 정부에서 행정안전부 장관을 지낸 전해철 의원(3선)을 새 이사장으로 추대했다.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 일자리수석 출신인 정태호 의원이 원장, 청와대 정무수석 출신인 한병도 의원이 감사로 각각 선출됐다.
임기(2년) 만료에 따른 이사진 교체였지만 민주주의4.0이 다시 기지개를 켠 것이 공교롭게도 검찰 수사가 이 대표의 턱밑까지 올라온 시점과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여러 해석이 나온다. 지난 2020년 11월 친문계 의원 50여 명이 중심이 돼 출범한 민주주의4.0는 친문계 싱크탱크로 활동했지만 이후 친문계가 대선주자를 배출하지 못하면서 활동이 주춤한 터였다.
특히 민주주의4.0은 이번 총회 이후 친이낙연계 윤영찬·홍기원·양기대·서동용·오영환 의원과 친정세균계 김영주 의원 등을 새 회원으로 영입했다. 친문계 모임을 넘어 비명계 구심점으로 기능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민주주의4.0 핵심 관계자는 29일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앞으로 정책적 기능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면서도 "의원들이 모이는 모임에 현안 얘기가 빠질 수 있겠느냐"며 사실상 계파 활동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주의4.0 회원인 한 수도권 의원은 "당내 분열을 일으키는 계파 활동보다는 분명한 의제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을 만들어 실천하는 그룹으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뒤풀이에서 나왔고 호응이 뜨거웠다"고 전했다.
다만 회원 중에는 과거 친문계였지만 현재는 친이재명계로 분류되는 박찬대·김병기·박주민 의원 등도 있는 만큼, 민주주의4.0이 향후 비명계를 대표한 전면적인 활동에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민주주의4.0 회원인 한 친명계 의원은 "자칫 당내 분열을 초래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섣불리 움직이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비명계 의원 40명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반성과 혁신 연속 토론회'를 열어 민주당이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 방어를 위한 '방탄 정당'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발제자인 3선 중진 이원욱 의원은 "팬덤 정치로 정당의 사당화가 매우 심해지고 있는데, 최근 민주당의 모습을 보면 사당화 현상이 걱정된다"며 이 대표의 방탄 논란을 정면으로 언급했다. 김영배 의원도 "연말을 앞두고 점점 큰 판이 벌어질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결단할 때가 온다는 느낌이 든다"고 언급했다.
친이낙연계 5선의 설훈 의원도 전날 KBS 라디오에서 "'당에 더 이상 누를 끼치지 않겠다. 나는 떳떳하기 때문에 혼자 싸워서 돌아오겠다'고 선언하고 당대표를 내놓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