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데렐라' 조규성 "멀티골 영광이지만, 승리를 더 원했다"

입력
2022.11.29 01:59


"(멀티골) 영광스럽죠. 그런데 두 골보다는 승리를 원했어요. 너무 아쉽습니다."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월드컵 한 경기에서 멀티 골을 기록한 주인공이 된 조규성(전북)의 목소리에는 새 역사 작성에 대한 기쁨보다는 패배에 대한 아쉬움이 더 진하게 묻어났다.

조규성은 28일 카타르 알라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2차전에 선발로 출전, 한국이 0-2로 끌려가던 후반 두 골을 연달아 터트려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후반 13분 이강인(마요르카)이 왼쪽 측면에서 올린 크로스를 헤딩 골로 마무리한 그는 3분 뒤 소속팀 동료인 김진수(전북)의 크로스를 또 한 번 머리로 받아 넣어 2-2를 만들었다.

비록 한국이 이내 가나에 한 골을 더 내줘 2-3으로 아쉽게 졌지만, 조규성의 두 골은 경기장을 찾은 응원단은 물론 경기를 지켜본 한국의 팬들까지 들썩이게 했다.

조규성은 경기 후 취재진에 "월드컵이라는 세계적 무대에서 득점을 상상이나 했지 현실이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기뻐했다. 그는 "내가 보여줄 수 있는 것만 보여주자, 팀에 도움만 되자고 생각했다. 골을 넣었지만 아쉽다"고 했다.

사실 대표팀엔 부동의 원톱 스트라이커 황의조(올림피아코스)가 버티고 있었고, 조규성은 그다음 옵션으로 평가됐다.

조규성은 "훈련 중 감독님께서 선발 명단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하셨다. 그때 느낌이 왔다"며 "그때부터 잘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저를 믿어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오늘 한 경기가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뛰려 했다"고 말했다.

조규성은 "나는 매 경기에 '잘해야지'가 아니라 '내 위치에서 할 수 있는 걸 하자'고 생각한다"며 "동점골 순간에도 아무 생각이 안 들었다. 끝까지 할 수 있다는 생각만 들었다"고 했다.

이어 "초반에 솔직히 오늘 골을 못 넣겠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하프타임에 라커룸에서 크로스를 더 올려달라 요구했는데 그게 후반에 잘 먹힌 것 같다"고 설명했다.

조규성은 자신의 첫 골을 도와준 이강인에 대한 칭찬도 잊지 않았다. 그는 "강인이는 모두가 인정하는 선수"라며 "들어오면 믿고 공을 준다. 잡으면 기대가 되고 공이 올 것이라는 생각에 항상 준비하게 된다"고 칭찬했다.

조규성은 이번 대회를 통해 그야말로 '신데렐라'가 되고 있다. 인기도 급상승이다.

월드컵 직전 조규성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팔로워는 2만명이었는데 이번 대회를 통해 큰 주목을 받으며 벌써 100만명을 넘어섰다. 가나전 후에는 외국 기자들도 조규성에게 큰 관심을 보였다.

외국 취재진이 최근 급증한 인기를 언급하자 "유명해지고 싶은 생각은 없다. 유명해져도 나는 같은 사람"이라고 답했다.

포르투갈전에 대한 각오도 전했다. 조규성은 "끝난 게 아니다. 선수들이 잘 준비하겠다"며 "열심히 해야죠. 열심히 하겠습니다"고 말했다.

알라얀 = 김기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