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대전 둔산동에서 발생한 국민은행 권총강도살인사건 피고인 이정학(51)이 두 번째 재판에서 권총을 쏴 은행 직원을 죽인 범인이 이승만(52)이라고 재차 주장했다. 이승만이 범행을 주도했기 때문에 자신은 돈을 더 적게 받았다고도 했다.
대전지법 형사12부(부장 나상훈) 심리로 28일 열린 2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정학은 "이승만이 은행 직원을 권총으로 쏴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경찰 조사 때부터 일관된 주장이다.
이정학은 범행 모의 단계부터 강도살인 범행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대덕구 일대에서 이승만이 운전하는 차량으로 순찰 중인 경찰을 들이받은 뒤 이승만이 권총을 가져오라고 시켜서 훔쳤고, 범행 대상을 물색하다가 넓고 폐쇄회로(CC) TV도 없는 국민은행 지하주차장을 택했다"며 "이승만이 '너는 차를 운전하고, 내가 제압할 테니까 가방 챙기라'고 지시했다"고도 했다.
육군으로 복무한 이승만이 훔친 권총을 보여주며 공포탄과 실탄을 구분하는 법도 알려줬다고 이정학은 진술했다. 이정학은 그러면서 "이전에 총을 본 적도 없고 쏠 줄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이정학은 "제가 (교도소에서) 살아본 적도 있고, 강도짓하다 사람 다치게 하면 안 된다고 계속 얘기했다"며 "이승만이 사람은 절대 안 다치게 한다고 해서 믿었다"고 강조했다.
이정학은 훔친 돈 3억 원 중 자신이 돈을 적게 받은 사실도 이승만의 살인과 연결해 진술했다. 이정학은 "범행 후 집에 있는데 이승만이 9,000만 원을 갖고 찾아왔다"며 "이승만이 '내가 범행을 다 주도했고, 사람도 죽여서 죄책감을 느낀다'고 하는데, (이승만에게) 왜 이거밖에 안 되냐고 물어볼 처지가 안돼 수긍했다"고 말했다. 계좌추적 결과 이승만은 범행 직후 1년 동안 주식 선물 투자와 승합차 구매, 아내 생활비 등으로 2억1,000만 원을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정학은 9,000만 원 사용처와 관련해 "돈을 집 화장실 천장에 벽돌 모양으로 포장해 뒀다가 나중에 여행 경비로 사용하려고 보니까 없어졌다"며 "그즈음에 만난 이승만한테 2,000만 원을 더 달라고 얘기한 게 괘씸해서 가져간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정학 증언에 대해 이승만 변호인은 반박했다. 이승만 변호인은 "(이승만은) 총을 쏘고 돈 가방을 실은 사람이 이정학이라고 말한다"며 "이정학이 먼저 '꼼짝마'라고 말해 현장이 아수라장이 됐고, 순식간에 범행이 이뤄졌다고 주장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정학은 강도상해 범죄나 차량 절도 등의 범죄로 처벌받은 적이 있다"며 "관련 전력도 없는 이승만이 범행을 전부 지시했다는 것이냐"고 따졌다.
이승만과 이정학은 2001년 12월 21일 오전 10시쯤 대전 둔산동 국민은행 지하 주차장에서 현금 수송차량을 승용차로 가로막은 뒤 은행 출납과장 김모(당시 45세) 씨를 38구경 권총으로 쏴 살해하고, 현금 3억 원이 든 가방을 빼앗아 달아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이들의 다음 재판은 내년 1월 16일 오후 2시에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