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총파업 5일 만에 첫 협상에 나섰지만 결렬됐다. 양측 합의로 끝낸 6월 총파업 이후 5개월이 지나도록 진전을 이루지 못해 정부가 재파업을 불렀다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국무회의에서 업무개시명령 발동을 예고한 상태라 양측의 갈등은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2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논의도 안 된 상태에서 일방적인 것을 받아들이는 선례는 남길 수 없고 될 일도 아니다"며 "차관이 더 이상 진전이 있기 어렵다고 해 그만하자고 나온 상태"라고 교섭 결렬 소식을 전했다. 다만 30일 2차 교섭의 문은 열어뒀다.
원 장관은 업무개시명령이 곧바로 발동될 수 있다고 강도를 높였다. 그는 "국토부 장관이 개인, 개별 법인에게 (업무개시)명령을 구두든 서면이든 교부 또는 전달해야 효력이 발생한다"며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면 몇 시간 안으로 바로 개별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정도로 준비됐다"고 강조했다. 국가 경제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는 화물 운송 거부에 국토부 장관이 발동할 수 있는 업무개시명령이 실제 발동된 적은 없다.
양측의 강대강 대치를 부른 쟁점은 6월 14일 합의사항이다. 당시 8일 만에 파업을 중단하며 양측은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컨테이너, 시멘트) 연장 등 지속 추진 △안전운임제의 품목 확대 등과 관련해 논의 △국토부가 국회 원구성이 완료되는 즉시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 시행 결과를 국회에 보고 △유가보조금 확대 방안 검토 등을 합의했다.
그러나 5개월간 양측은 핵심 쟁점인 안전운임제 지속과 품목 확대에 대해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화물연대 측은 합의 사항을 '안전운임제 일몰 완전 폐지'로 받아들였지만, 국토부는 '현행 컨테이너·시멘트에 적용 중인 안전운임의 일몰 3년 연장을 추진하되 품목 확대는 곤란하다'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국토부와 화물연대는 그간 대화 횟수마저 엇갈리고 있다. 원 장관은 "이해관계자들과 56차례의 회의를 했고, 그중에서 화물연대가 참여한 회의가 35회, 화물연대와 단독 협의만 14차례 가졌다"고 말했다. 반면 화물연대 관계자는 "(언급된) 회의들은 모두 안전운임제와 무관하고, 안전운임 관련 대화는 9월 29일 민생경제특별위원회(민생특위)와 11월 15일 교섭 두 번이 전부였다"고 주장했다.
국회 논의 또한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여야가 7월 민생특위를 꾸렸지만 안전운임 관련 논의는 진전을 이루지 못한 채 종료됐다. 화물연대가 연말 안전운임제 종료를 앞두고 다시 파업에 나서게 된 배경이다.
정부와 노조의 갈등은 더 첨예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원 장관은 "불법과 떼법과 정치적 계산이 서로 손잡고 초법적인 관행을 기정사실화하는 부분에 대해 이번 정부는 다르다는 걸 분명히 보여줄 것"이라고 못 박았다. 화물연대는 "정부가 답을 정해놓고 엄포를 놓는 이중적 태도를 버리고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여달라"고 반박했다. 업무개시명령이 발동되더라도 조합원들이 복귀를 거부하면 경찰과 물리적 충돌 가능성도 제기된다.
산업계 피해는 커지고 있다. 이날 시멘트는 평시 대비 11%(2만2,000톤)만 운송됐고 이 영향으로 레미콘 생산량은 평시의 15%에 그쳤다. 레미콘 공급이 줄면서 전국 912개 현장 중 508곳이 레미콘 타설을 중단한 것으로 파악됐다. 철강 업계와 정유 업계도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국토부는 이날 육상화물운송 분야 위기경보단계를 '경계'에서 최상인 '심각'으로 상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