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카타르 월드컵 경기가 밤마다 펼쳐지면서 올여름 대형마트에서 일었던 '반값치킨' 경쟁이 또 한번 벌어지고 있다. 이번엔 전자상거래(e커머스) 업체까지 저렴한 가정간편식(HMR) 치킨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올해 프랜차이즈 치킨을 둘러싸고 고가 논란이 일었던 데다가, '이태원 참사' 여파로 거리 응원보다는 집에서 경기를 관람하는 '집관족'이 늘 것으로 보여 업계는 여느 때보다 큰 수혜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컬리는 17일 옛날식 프라이드 치킨 두 마리를 9,900원에 맛볼 수 있는 자체브랜드(PB) 간편식 '두 마리99치킨'을 출시했다. 원래 한 마리에 1만 원 초반대인 상품을 납품받아왔으나 최근 고물가로 가성비 높은 상품을 찾는 수요가 늘자 55호(5, 6호의 중간 크기) 국내산 닭 두 마리를 하나로 묶은 상품을 개발한 것이다. 매일 오후 6시부터 하루 1,000개씩 한정 수량으로 판매 중인데, 월드컵 기간 동안 판매 마감이 연일 계속될 정도로 인기가 뜨겁다.
컬리는 대형마트 '반값치킨'과 차이점으로 편의성을 강조한다. 컬리 관계자는 "대형마트 반값치킨처럼 줄을 설 필요 없이 집에서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간단히 주문하면 다음 날 새벽 배송으로 받아볼 수 있다"며 "에어프라이어에 넣기만 하면 갓 만든 치킨의 맛을 느낄 수 있는 것도 강점"이라고 말했다.
월드컵 개막 전부터 치킨 매출이 크게 뛰면서 대형마트도 앞다퉈 '반값치킨' 마케팅에 열을 올린다. 홈플러스와 롯데마트는 월드컵 기간인 20~27일 치킨류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각각 102%, 70% 올랐고, 이마트는 20~24일 치킨 등 튀김류 매출이 60.2% 신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경기가 늦은 밤 진행돼 집에서 관람하는 사람들이 많아 저렴한 마트 치킨으로도 수요가 쏠리는 듯하다"고 말했다.
롯데마트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16강 진출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아 7호 국내산 닭 두 마리를 16조각 낸 '7분 두 마리 치킨'을 24일 출시했다. 가격은 1만6,160원으로 한 마리당 약 8,000원인 셈이다. 롯데마트는 사전 준비 물량인 1만6,160팩이 모두 나가면 더 이상 팔지 않을 계획이다.
이마트는 1~7일 튀긴 치킨 '생생치킨'과 신상품인 구운 치킨 '로스트치킨'을 3,000원 할인해 각 6,980원에 판매한다. 구매가 몰릴 경우를 대비해 1인당 한 마리 한정 구매로 제한하며 판매 시간은 점포별로 안내하기로 했다. 홈플러스는 올해 출시 4개월 만에 120만 마리를 팔았던 '당당치킨 시리즈' 판매를 이어간다. 홈플러스는 매월 당당치킨 라인으로 신제품을 출시하는데, 지금까지 나온 메뉴는 달콤양념, 한돈갈비맛 등 총 11종에 달한다.